서로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을 적어 놓은 쪽지가 있어요. 진심을 말하지 못해 틱틱거린다든지, 걱정되는 마음에 발걸음을 바삐 한다든지, 이젠 없는 사람을 혼자 남아 기억한다든지, 한계를 시험해 볼 만한 일에 감히 도전한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다만 이 쪽지는 비밀펜으로 적은 것이어서 밝은 빛이 있어야만 읽을 수 있습니다.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다섯 번째 큐레이션 ‘비밀펜으로 적은 쪽지’에서는 밝은 빛을 품은 이의 마음으로 따라간다면 마침내 사랑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졸업을 앞둔 덕산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고한벌 감독의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값진 응원과 지지를 주고받으며 나아갈 때의 충만함을 보여 주는 김은영, 황영 감독의 <눈을 감고 크게 숨 쉬어>, 누군가를 위해 해 본 적 없는 일을 향해 도약하는 순간을 그린 오한울 감독의 <도시락>, 떠나간 친구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산하의 시간을 담은 이루리 감독의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기꺼이 다가갔던 시간들을 모은 이지우 감독의 <하나의 마음>.
이번 큐레이션의 작품들에서는 사랑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두터워질 수 있었던 관계들이 등장합니다. 연애 관계로 특정되지 않을 때 흐릿해지기 쉬운 사랑들을 굳이 힘주어 적고, 빛을 품고 읽는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관객기자단[인디즈]_박이빈
In the sky where seasons pass by, 2021
감독 : 고한벌
출연 : 제천덕산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 강동구, 고원일, 김소하, 김제하, 김정헌, 김하랑, 안가현, 안성수, 안예준, 유영준, 윤동민, 이예은, 이요셉, 이재진, 이한울, 황시우, 제천덕산초등학교 교사 김효원, 이윤재, 조재욱, 박화영
‘2022 독립영화 라이브러리’는 2021년 1월 1일 이후에 완성된 작품(최초 상영일 기준, 개봉작의 경우 개봉일 기준)을 대상으로 공모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공모에는 총 742편(장편 119편, 단편 623편)이 접수되었으며, 그중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선정위원회의 심사 과정을 통해 총 87편(장편 22편, 단편65편)의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장르별 구분으로는 극영화 68편, 다큐멘터리 8편, 애니메이션 9편, 실험영화 2편으로 오늘날 독립영화의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관객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선정작 87편은 인디그라운드 플랫폼을 통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롯 기타 플랫폼과의 제휴 프로모션 개발, 오프라인 기획 상영, 공동체 상영 지원, 개별 작품 홍보 등의 지원이 이뤄집니다. 국내 독립·예술영화 배급 환경의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