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후기 : 2026 퍼스트링크] 퍼스트링크, 고립에서 연결로 | 2026.0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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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026 퍼스트링크 퍼스트링크, 고립에서 연결로 - <리커버리> 임연정 감독 (2026 퍼스트링크 참여자) 긴 시간 붙들고 있었던 첫 장편영화를 완성했다. 그리고 원하던 영화제에서의 프리미어가 확정되었다. 영화제에 간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단편영화를 만들고 배급하여 영화제에서 상영하거나 수상한 적이 있었지만, 그 다음은 늘 어딘가에서 멈춰버린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장편영화에는 ‘개봉’이라는 또 다른 길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다. 사실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선택했던 순간부터 주저함이 컸다. 감독으로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야기를 다큐 형식으로 담아냈기에, 과연 이 이야기를 ‘배급’이라는 냉정한 산업적 시스템 안으로 들여보내는 것이 맞는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았다. 바로 그 깊은 고민의 한가운데서 퍼스트링크 배급 워크숍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배급의 구조를 좀 더 이해하고 스스로 설계하고 싶었다. 타인의 기준에 맞추기보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다가가고 싶었고, 막연했던 그 다음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프리미어 상영을 앞두고 참여한 퍼스트링크 프로그램은 어쩌면 관객과 나눈 첫 만남이었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잠시 멈춰 뒤돌아보며, 내 작품이 한 편의 영화로서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나는 이곳에서 처음 하게 되었다. 먼저, 오리엔테이션은 내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완성된 영화를 공식적으로 설명하는 첫 자리였다. 5년이 넘는 제작 기간을 거치며 충분히 단련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된 영화를 다시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앞서 배급 과정을 경험한 박준호, 염문경, 장병기, 이유진 감독님 등 선배 창작자들이 아낌없이 나누어 준 각자의 사적인 경험과 현실적인 전략, 인사이트는 큰 도움이 되었다.
▲ <리커버리> 임연정 감독 김영우 프로그래머님의 강의는 첫 영화 이후의 다음을 상상하는 시야를 넓혀주었다. 영화의 기획 단계부터 해외 배급과 국제적인 협업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방식은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고,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마켓, 공동제작, 랩과 같은 스펙트럼이 현실적인 돌파구이자 전략적 대안으로 다가왔다. 박두희 대표님의 배급 구조와 계약서 실무 강의를 비롯해 배급 미팅에 임하는 태도를 다잡게 해준 여러 관계자 분들의 강의 역시 유익했다. 나의 사적인 서사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타깃 관객층과 장르적 어필 포인트는 무엇일지 주도적으로 고민해 본 시간은 제작자이자 연출자로서의 시야를 크게 넓혀주었다. 배급 실무와 구조를 배우며 내 영화가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나는 방식을 직접 설계해 본 덕분에, 배급사와의 미팅에서도 작품을 명확히 정의하고 협업을 제안할 수 있는 단단한 기반과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게 이 경험들은 나의 첫 다큐멘터리를 발판 삼아, 앞으로 구축해 나갈 극영화 세계관과 차기작 기획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창작자로서 나아갈 단단한 로드맵을 구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 2026 퍼스트링크 창작자 오리엔테이션 현장 퍼스트링크에 참여한 모든 창작자들이 참가한 ‘퍼스트링크의 밤’ 역시 잊지 못할 순간이다. 오랫동안 혼자서 영화를 만들다가 동료를 만나 나누게 된 기쁨은 컸다. 내용도 방식도 개인적이었던 영화를 작업하며 느꼈던 고립감은 퍼스트링크에서 만난 동료 창작자들과의 ‘연결’을 통해 비로소 해소되었다. 사전 모임과 네트워킹 자리에서 나눈 짧은 대화들은 그 자체로 든든한 동료애이자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 긴 여정 동안 창작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세심한 지원과 진심 어린 응원을 아끼지 않은 인디그라운드와의 연결은 남은 과정을 버텨낼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지독했던 고통을 뚫고 나온 나의 이야기가 퍼스트링크를 거치며 한층 더 단단해졌음을 느낀다. 이제 카메라를 내려놓고 관객을 향해 걸어가는 이 마지막 여정이 두려움이 아닌 또 다른 기대감으로 차오른다. 함께 땀 흘리며 이 자리를 지켜낸 모든 감독님들의 영화가 각자에게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기를 바란다.
▲ 2026 퍼스트링크 1:1 미팅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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