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후기: <지느러미> 언론/배급 시사회 현장체험] 프로파간다에 잠식된 소시민의 일기 | 2026.07.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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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배급아카데미 7기 현장체험] 프로파간다에 잠식된 소시민의 일기 — <지느러미> 언론·배급 시사회 참여 후기 한봉일 (인디그라운드 배급아카데미 7기 수료생) 영화라는 꿈으로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 인디그라운드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 전문인력 양성 교육 '배급아카데미'에서는 정규과정 이후 수료생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지원합니다. 정규과정에서 배웠던 내용을 바탕으로 수강생들이 자체적으로 기획·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함은 물론, 독립예술영화 현장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현장체험'을 진행합니다. 개봉 직전 진행되는 언론배급 시사회 등을 찾아가 관계자들의 역할과 진행 과정을 살펴보며 독립예술영화 배급 현장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박세영 감독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느러미>는 개봉 전부터 기대하던 영화였다. 박세영 감독은 2025년 무주산골영화제 ‘넥스트 시네아스트’로 선정됐고, <다섯 번째 흉추>와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여러 단편을 통해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감독의 인스타그램에서 <지느러미>가 로카르노영화제 ‘현재의 감독들’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는 소식을 보았을 때는 내심 수상까지 기대했다. 조금의 과장을 더해 또 한 편의 한국영화가 황금표범상을 받는 모습을 상상했다. 수상 자체보다 그것을 계기로 한국 독립영화가 조금이라도 나은 조건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느러미>는 국내 배급사를 만나 비교적 빠르게 개봉하게 됐다. 그 선택이 관객으로서 반가웠다. 지난 7월 10일에는 배급아카데미 7기 동료들과 함께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영화를 먼저 보았다. 기대하던 작품을 본다는 기대와 더불어, 강의에서 배운 시사회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설렘이 있었다.
<지느러미>의 배경은 오염된 바다를 막기 위해 4,000km의 장벽을 세운 근미래의 통일 대한민국이다. 유전적 돌연변이로 지느러미와 세 개의 발가락을 갖게 된 사람들은 ‘오메가’로 분류된다. 국가는 이들을 장벽 밖에 격리하고 독성 폐기물을 치우는 일에 동원한다. 신입 공무원 수진(김푸름)은 구역을 이탈한 오메가(고우)를 쫓다가 실내 낚시터에서 일하는 미아(연예지)를 발견한다.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곳은 실내 낚시터다. 인공조명이 물 위에서 번지고, 탁한 수조와 젖은 얼굴이 한 화면 안에 뒤섞인다. 화면의 습도까지 느껴질 만큼 눅눅하다. 비간의 <지구 최후의 밤>이 떠오르기도 했고, 폐허와 물의 표면을 오래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스토커>와 <거울>을 연상하기도 했다. 나에게 <지느러미>는 프로파간다를 의심하면서도 끝내 그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 소시민의 이야기였다. 영화 속 사람들은 오메가의 지느러미에 치명적인 독이 있고, 이들의 고함을 들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영화는 그것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메가는 위험해서 쫓겨난 것이 아니라, 먼저 쫓겨난 뒤 위험한 존재로 설명된다.
그럼에도 수진은 미아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그를 신고한다. 수진은 ‘만지면 죽는다’고 알려진 지느러미에 접촉하고 미아의 고함도 듣지만, 영화는 그가 죽거나 청력을 잃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메가의 위험성은 확인되지 않은 채 남고, 그들을 잡아가는 국가의 폭력만 눈앞에서 실행된다.이 대목에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속 ‘악의 평범성’을 떠올렸다. 수진은 잔혹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배운 내용에 의문을 품고 미아에게 호기심과 연민도 느낀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직무로 돌아간다. 프로파간다를 전혀 의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의심하고도 거역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수진의 선택은 더 씁쓸했다. 영화가 끝나고 <더 스퀘어>와 <슬픔의 삼각형>을 제작한 필리프 보베르가 <지느러미>의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앞선 두 영화가 과장과 불편한 웃음을 통해 계급과 공동체의 위선을 드러냈다는 점을 떠올리면, <지느러미> 역시 미래를 예측하는 SF라기보다 지금의 사회를 비추는 우화에 가까워 보였다. 영화를 사랑하는 100가지 방법 중 하나 영화가 감독 소수의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배급 아카데미를 수강하면서 영화라는 매체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세분화된 산업이라는 것을 몸소 알게되었다. 그래서 상영이 끝나자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배급, 마케팅 실무자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무대를 정리하고 테이블과 배너를 놓은 뒤 원할한 진행을 위해 현장을 점검했다. 잠시 뒤 감독과 배우들이 입장했고 기자간담회가 시작됐다. 관객석에 앉아 있을 때는 행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그 자연스러움을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간담회에서는 영화 속 디스토피아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오메가라는 존재는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배우들은 각자의 인물을 어떻게 이해했는지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박세영 감독은 새로운 미래를 발명하기보다 지금의 서울과 주변 환경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시작될 무렵부터 끝날 때까지 약 4년에 걸쳐 촬영하며 당시의 불안과 고립을 화면에 옮겼다고 설명을 보탰다. 시사회가 끝난 뒤에는 동료들과 배급아카데미에서 배웠던 내용을 바탕으로 마케팅 방향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티저 포스터는 영화의 거친 질감과 강한 색을 그대로 사용한다.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 낯선 세계를 설명하기보다 이미지와 색감으로 먼저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그 이미지를 받쳐줄 짧은 문구가 있었다면 세계관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 더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메인 포스터는 미아의 얼굴과 푸른색을 앞세운다. 영화에서는 붉은색과 노란색이 워낙 강렬해 파란색은 상대적으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뜻밖의 선택처럼 보였다. 하지만 박세영 감독이 간담회에서 이 영화를 ‘지느러미의 로드무비’라고 말한 것을 떠올리니 이해가 됐다. 지느러미를 가진 미아의 얼굴과 바다로 이어지는 마지막 시퀀스를 연결한 포스터로 볼 수 있었다.
감독을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해도 좋겠다는 의견에는 동료들 모두 공감했다. 영화는 어둡고 거칠지만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박세영 감독은 뜻밖에 수줍고 귀여운 인상이었다. 그 간극이 재미있었다. 감독이 직접 독특한 세계관이나 촬영 과정을 설명하는 짧은 영상이 더해진다면 영화를 어렵게 느끼는 관객도 한결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특히 베를린에서 갇혀 편집을 이어갔다는 이야기는 사석에서 더 듣고 싶을 만큼 웃기고 흥미를 자극했다) 시사회 이후에는 <지느러미>의 온라인 홍보 콘텐츠를 유심히 보게 됐다. 며칠 간격으로 여러 홍보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 속 감독과 배우들이 시사회 당일과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콘텐츠의 촬영이 바로 그날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사소한 발견이었지만 재미있었다. 자연스럽게 여러 콘텐츠를 계획적으로 제작해서 정해진 날짜마다 올리는 실무자들의 수고가 떠올랐다. 배급아카데미를 수강한 뒤에는 영화를 보고 그대로 극장을 나서기 어려워졌다. 배급 아카데미를 수강하기 전이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작은 장면들이 이제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나아가 내가 배급 담당자라면 이 영화를 누구에게, 어떤 말로 소개할지도 다시금 고민해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하는 과정에서 많은 영화를 보고 감독의 이름을 기억하는 단계를 지나, “내가 감독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배급자로서 영화를 좋아하는 다음 단계는 이런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는 그 방법을 배급 아카데미를 통해 깊게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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