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뷰: 특별 기획전] 공유 너머 향유 - ‘어둠단’ 김시아·양예진·이수미·이도연·박성준 | 2026.0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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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그라운드 X 영화웹진 '리버스'] 공유 너머 향유 ‘어둠단’ 김시아·양예진·이수미·이도연·박성준 글 차한비 / 사진 이영진 암전이 되면 극장은 평등을 얻는다. 스크린 앞에 앉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하루를 내려놓고 빛과 어둠의 리듬에 몸을 맡긴다. 그 순간을 아끼는 다섯 사람이 스스로 붙인 이름은 ‘어둠단’이다. 인디그라운드 배급아카데미에서 만나 첫 상영회의 짜릿함을 함께 경험한 이들은 매년 한 뼘씩 몸집을 키웠고, 어느덧 4년째 관객을 만나고 있다. 올해 어둠단은 자신들을 길러낸 인디그라운드와 손잡고 기획전 ‘씨네 아카데미: 단편학개론’을 연다. 단편영화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입문반, 색다른 경험에 목마른 이들을 겨냥한 심화반에 여덟 편의 작품을 나눠 담았다. 서로 다른 취향을 설득하며 상영작을 고르고, GV와 이벤트까지 더해 낯선 세계로 향하는 입구를 마련하는 손길이 제법 야무지다. 사실 어둠단 멤버들은 서로 다른 현장에서 일하는 ‘영화 노동자’이기도 하다. 제작, 배급, 홍보, 영화제, 극장. 이들의 일터를 한데 펼쳐놓으면 오늘날 한국 독립영화 생태계가 자연스레 드러난다. 시장의 위기와 취향 공동체의 확장을 동시에 지켜본 이들에게 어둠단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퇴근 후 삼삼오오 모여 또다시 일을 벌이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올까. 정작 어둠단 멤버들 또한 그 답을 궁금해하는 눈치다.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그들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지. 인디그라운드 배급아카데미에서 시작된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김시아_ 인디그라운드 배급아카데미는 15명 정원의 10주 과정이다. 오리엔테이션과 수료식까지 포함하면 총 12주인데, 수료 이후에는 배운 것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후속 과정이 마련돼 있었다. 그때 우리 기수에서는 9명이 신청해 첫 번째 상영회를 열었다. 당시엔 어둠단이라는 이름이 없어서 ‘배급아카데미 4기 후속 과정’으로 활동했고, 이후 두 번째 상영회를 준비하면서 어둠단이 됐다. 우리끼리 ‘상영회 하이’라고 부를 정도로 첫 번째 상영회의 여운이 컸다. “이 짜릿함을 한 번 더 느끼고 싶다”, “인디그라운드 사업이 아니더라도, 여기서 배운 걸 바탕으로 계속해 보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자연스레 다음 스텝으로 이어졌다. 초기에는 멤버가 9명이었는데, 당시 모두 직업과 진로를 둘러싼 변화를 겪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고, 직접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응원하거나 홍보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함께하는 이들도 있다. 현재는 이렇게 다섯 명이 코어 멤버로 활동 중이고, 운 좋게도 매년 상영회를 열고 있다. 올해로 어둠단도 벌써 4년 차다. 말한 대로 졸업과 취업, 이직 등 각자 변화를 거치면서도 어둠단 활동을 지속해 온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면에서는 일도 취미도 영화가 된 상황인데. 이도연_ 지금은 너무 친해지다 보니 중간에 관두기도 애매하다. (웃음) 어느 순간 이 생활과 사이클에 익숙해진 것 같다. 1년에 한 번은 꼭 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진달까. 어둠단에서는 상영회 기획부터 현장 운영까지, 말 그대로 A부터 Z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해야 한다. 미션을 하나씩 클리어하고 상영회를 무사히 마쳤을 때 뿌듯함과 성취감이 크다. 그런 재미에 계속하는 것 같다. 게다가 난 원래 행사 일을 좋아한다. 회사에서도 사무실에 있는 것보다 현장에 나가는 일을 선호하거든. 김시아_ 도연 씨는 퍼스널 컬러가 ‘행사’인 사람이다. (웃음) 양예진_ 나한테 어둠단은 자아실현 같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일을 시작했지만, 막상 현업에서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자율적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고, 어둠단을 통해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함께 활동하다 보니 서로를 향한 믿음도 점점 단단해진다. 내 편이 생겼다는 느낌이고, 일하다 힘든 일 생기면 가장 먼저 어둠단에 이야기할 정도다. 박성준_ 어둠단 안에서 기본적으로 역할을 나누긴 했으나, 다들 현업이 바쁘다 보니 과부하가 걸리기도 한다. 그럴 때는 “그럼 제가 해볼게요!” 하면서 서로 자연스럽게 공백을 메워준다. 그게 어둠단이 오래 이어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김시아_ 한 사람이 SOS를 치면,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바로 빈자리를 채워준다.
<가족영화>(씨네 아카데미: 단편학개론 섹션 1), <세이프>(씨네 아카데미: 단편학개론 섹션 2) 어둠단이라는 이름, 상영회를 여는 공간, 상영작 구성 등을 보면서 “이 팀엔 ‘극장주의자’들이 모였구나” 했다. 영화를 보는 방식과 경로가 다양해진 시대에도 극장에서 함께 보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듯한데. 양예진_ 사실 “암전된 극장, 그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는 나중에 붙였다. 다 말해도 되나? 우리가 얼마나 아마추어였냐면, 첫 상영회를 준비할 때는 스크리너를 구하는 방법도 잘 몰랐다. 이도연_ 구글이나 유튜브를 무작정 뒤지는 식이었지. 양예진_ 말하자면 ‘어둠의 경로’로 작품을 겨우 찾아봤던 건데, 인디그라운드에 곧이곧대로 말하면 안 되겠다 싶어 농담처럼 “어둠의 후속 과정”이라고 했다. 어쨌든 ‘어둠’이라는 표현이 우리도 마음에 들었고, 팀 이름으로 이어졌다. 박성준_ 메일을 보낼 때는 어둠단 소개를 꼭 덧붙인다. 안 그러면 조금 수상해 보일 수 있어서. (웃음) 김시아_ 극장이라는 공간을 염두에 둔 네이밍도 맞다. 우리가 처음 만난 2023년은 팬데믹 이후 극장의 의미를 재고하던 때였다. 첫 상영회 주제도 ‘극장’과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었다.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뚝 끊겼던 시기였기에, 공간의 의미를 함께 짚어보고 싶었다. 그런 작품을 모아 상영회를 꾸렸고, 여전히 혼자보다 극장에서 누군가와 함께 보는 영화를 더 좋아한다. 양예진_ 2023년 배급아카데미 수업을 들을 때도 강사님들이 계속 포스트 코로나를 언급하셨다. 극장 상영 자체가 이전과는 다른 환경이 됐고, 배급과 홍보 마케팅 전략도 그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에게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일상은 이제 막 복구되기 시작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 경험을 어떻게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상영회를 만들게 됐다.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를 극장에 걸면 분명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배움을 받던 사람들이 이제 배움을 주려 한다. 이번 기획전 제목은 ‘씨네 아카데미: 단편학개론’이다. 대학 강의계획서를 연상시키는 콘셉트가 인상적인데. 이도연_ 주제를 오래 고민했는데, 딱 꽂히는 아이디어가 없었다. 그러다 하루는 회의에서 사람들이 점점 자기만의 취향을 찾고 드러내는 시대가 됐다는 말이 나왔다. 취향이 자기 PR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영화가 ‘이 정도는 봐야 뭘 좀 아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소재가 되기도 하지 않나. 그렇다면 그런 심리를 단편영화에 적용하자 싶더라. “단편영화 좀 봤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단편영화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입문자에게 영화를 추천한다면?” 실은 인디그라운드와 협업을 결정하고 미팅했을 당시, 어둠단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기획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돌이켜보면 그 말에 힘을 얻어 현재 콘셉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박성준_ 우리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주제를 찾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카데미’라는 형식이 떠올랐다. 우리가 배급아카데미에서 시작했으니, 이번에는 우리 힘으로 아카데미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김시아_ 보류된 기획 중에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것도 있다. 그중 하나가 사주팔자 큐레이션이다. 삶이 불안할수록 샤머니즘에 기댄다고 하는데, 어둠단에서도 가끔 “부족한 기운을 채운다”며 농담하거든. 그걸 영화와 연결해 보자는 거였다. 예를 들어 “물이 부족하세요? 그럼 비가 많이 오는 영화를 보세요”라는 식으로 오행에 맞춰 영화를 고르는 아이디어였다. 이건 훗날을 위해 소중히 저장해 뒀다. (웃음) ‘씨네 아카데미’는 단편영화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을 겨냥한 기획처럼 보였다. 어둠단이 생각하는 단편영화의 진입장벽은 무엇이고,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어떻게 허물어보고 싶었나. 김시아_ 요즘은 영화 커뮤니티나 시네클럽이 많아졌는데, 돌이켜보면 어둠단의 차별점이 바로 그 부분 같다. 어둠단은 첫 상영회부터 한국 단편영화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물론 해외작이나 고전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우리는 관객에게 “한국 단편영화도 이렇게 재미있구나!”라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상영회를 열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관객 후기를 받았을 때다. “앞으로 단편영화를 챙겨봐야겠다”, “어둠단 덕분에 처음 단편영화를 봤다”, “인디그라운드 온라인 상영관을 알게 됐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뿌듯했다. 몰랐던 세계를 새로 만나기, 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처음부터 목표를 명확하게 세웠던 건 아닌데, 지난 상영회들을 돌아보니 계속 그런 일을 해 왔더라. 여전히 ‘재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에 ‘단편학개론’이라는 콘셉트를 잡으면서 대학교 개론 수업처럼 접근해봤다. 사람마다 전공이 다르듯 영화도 처음 접하는 사람과 익숙한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취향도 일단 많이 경험해 봐야 생기는 것 아닌가. 진입장벽이 낮은 작품부터 조금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작품까지 포함해, 입문반과 심화반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첫날은 ‘우리 엄마가 봐도 재미있을 영화’, 둘째 날은 “이런 영화도 한번 도전해볼래?” 말을 건네듯 조금 더 깊이 들어가는 영화로 구성했다. 박성준_ 물론 단편영화에 관심이 없거나 잘 몰라서 생기는 진입장벽도 있겠지만, 애초에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다는 점을 짚고 싶다. 지난해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재개됐고 일부 작품은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에서 서비스되지만, 여전히 많은 이가 단편영화를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 잘 모른다. 이번 상영회는 인디그라운드 온라인 상영관과 함께 진행하는 만큼, 단편영화를 만날 수 있는 경로까지 함께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고 본다. 그런 정보들이 쌓이면 진입장벽도 조금은 낮아지지 않을까.
김시아 ⓒ이영진
이도연 ⓒ이영진 상영작 선정 과정도 궁금하다. 오늘 취향이라는 단어도 여러 번 나오는데, 각자 영화를 보는 시선과 기준이 다르지 않나. 서로 안목을 믿는다고는 해도, 공동 프로그래밍이 쉽지는 않을 텐데. 이도연_ 우선 프로그램 주제를 정하고 나면, 각자 흩어져서 주제에 맞는 작품을 최대한 리스트업한다. 그다음에는 본인이 추천하는 작품을 직접 피칭한다. 왜 이 영화를 상영해야 하는지, 이번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또 어떤 점이 좋은지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그게 프로그래밍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씨네 아카데미’에서는 기존에 여러 번 소개된 작품들뿐 아니라, 아직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한 작품들도 최대한 찾아보려 했다. 배급사에 스크리너를 요청해서 함께 감상하고, 각자 한 줄 평을 남기며 “이 작품은 꼭 같이 봤으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의견을 나눴다. 양예진_ 우리 많이 발전했다. 배급사에서 우리를 믿고 작품 스크리너를 공유해 주신다니. (웃음) 김시아_ 서로 취향이 꽤 다르다. 예를 들어 도연 씨와 수미 씨는 때때로 같은 영화를 봐도 정반대의 감상을 내놓는다. 그래서 오히려 좋다. 혼자라면 만나지 못했을 작품을 친구들 덕분에 발견하니까. 박성준_ 큐레이션도 더 다양해진다. 수미 씨는 어둠단에서도 단편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 중 한 명이기에, 어떤 작품을 추천할지 늘 기대하게 된다. 이수미_ 어둠단뿐 아니라 ‘월간 영화제’ 형식의 상영회를 여는 로터리 시네마 운영진이기도 하다. 출품작을 꾸준히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작 정보가 쌓인다. ‘씨네 아카데미’ 상영작 중에도 로터리 시네마에서 먼저 소개했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김시아_ 이번에는 특히 최신 작품을 많이 접한 수미 씨 추천이 큰 도움을 줬다. 나는 감독님들과의 인연이 있다 보니 주로 예전 작품들을 많이 가져왔는데, 서로 다른 관점이 모이니 프로그램이 훨씬 풍성해지더라. 개별 작품이 지닌 매력만큼, 여덟 편을 한 프로그램으로 엮을 때의 조화도 중요했다. 관객에게 어떤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나. 양예진_ 입문 프로그램의 핵심은, 얼굴과 이름이 익숙한 감독들의 초기작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유명한 감독들에게도 단편을 만들던 시절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이 감독의 장편을 재미있게 봤다면 단편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려 했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재밌다!”라는 순수한 감탄이 나오는 작품들로 구성했다. 반면 심화 프로그램은 조금 다른 경험을 목표로 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방금 내가 뭘 본 거지? 뭘 경험한 거지?” 질문이 남는 작품들을 모으고 싶었다. 장르적으로도 단편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단편은 짧아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오래 남지는 않는다’라는 편견도 깨고 싶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무언가 하나는 남았으면 했다. 장르든, 감정이든, 강렬한 이미지든. 김시아_ 프로그래밍에서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가 상영 순서를 짜는 일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다 보고 극장을 나설 때, 만족스러운 기분을 안고 돌아갈 수 있는 흐름을 만드는 데 신경을 썼다. 박성준_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봤을 때는 동시대 정서를 반영하는 한국 단편영화의 흐름이 드러났으면 했다. 장르나 감각뿐 아니라 제작 시기 역시 최대한 다양하게 구성한 이유다. GV와 이벤트, 온라인 콘텐츠 등 작품 외적 요소에도 공을 들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객의 경험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더라. 양예진_ 우리 모두 극장에서 함께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지금은 각자 핸드폰으로도 얼마든지 영화를 볼 수 있지만, 같은 공간에서 영화를 보고 그 경험을 나누는 일 자체가 귀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순히 영화를 보고 끝나는 상영회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 이런 영화를 봤지. GV에서 어떤 말을 들었고, 행사 후엔 극장에서 사진도 찍었어.” 하며 관객들이 재미있는 추억까지 챙겨 가기를 바랐다. 종합 선물 세트처럼 그날의 경험을 통째로 가져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극장에서 할 수 있는 이벤트나 온라인 콘텐츠 역시 그 경험을 이어가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여기며 계속 고민하고 있다.
양예진 ⓒ이영진 현재 제작, 배급, 홍보, 영화제, 극장까지 영화계 각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안다. 각자의 일과 어둠단 활동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 이수미_ 작년까지 홍보사 필앤플랜에서 일했다. 한국 독립 장편영화를 다룰 수 있어 기뻤지만, 보도자료를 쓰다 보면 아무래도 정해진 형식을 따르다 보니 아쉬움도 있었다. 반면 어둠단에서는 상영회를 직접 기획하고 프로그램 노트를 쓰면서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 내 생각을 담아 이야기할 수 있다. 로터리 시네마를 통해서도 다양한 단편영화를 접하는데, 거기는 배급사가 있는 작품보다 감독들이 직접 출품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는 “이 영화는 더 많은 사람과 보고 싶다”, “이 감독님이 앞으로도 영화를 계속하면 좋겠다” 싶은 작품이 있다. 로터리 시네마에서든 어둠단에서든, 조금이나마 상영료를 드리면서 감독님을 초청할 수 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그런 길이 좀 더 열리면 좋겠다. 박성준_ 감독님들께 상영을 요청하면 “영화 봐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다”라는 인사를 받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마음이 좀 이상하다. 현재 더숲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로 재직 중이다. 극장 일과 어둠단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극장에서 단편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반대로 감독님들은 자기 작품을 극장에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갈증이 크다는 것도 느꼈다. 언젠가는 우리 극장에서 지금보다 다양한 단편영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단편영화가 안정적으로 상영되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하나의 목표가 됐다. 김시아_ 제작사 모쿠슈라에서 PD로 일하는 중이고, 프로덕션에서는 조감독 일을 겸한다. 제작 일을 하다 보니 새로운 영화를 볼 때마다 자극을 많이 받는다. ‘나도 이런 작품 한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종종 하고, 다양한 작품을 접하며 시야가 넓어진다. 한편, 영화를 만드는 일은 매일 있는 일이 아니다. 일이 없는 시간에는 주로 내 작업을 하는데, 요즘은 어둠단을 잘 이끌어가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첫 상영회를 더숲아트시네마에서 진행했을 당시, 표가 매진돼서 상영을 한 회차 추가했다. 두 번째는 라이카시네마에서 진행하며 규모를 키웠고, 세 번째는 무려 180석 규모의 인디스페이스였다. 좌석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그만큼 또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농담처럼 “다음에는 어느 극장을 도장 깨기 할까? 광주극장은 어때?”라며 행복한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웃음) 아직 사업이라 부르기엔 민망한 수준이지만, 조금씩 경험을 쌓으며 배워나가고 싶다. 최근에 배급업 등록을 마쳤다. “언젠가 어둠단 이름으로 작품을 배급한다면? 우리는 어떤 영화를 선택할까?” 시작하는 단계지만, 그냥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이도연_ 배급사에서 일하다 최근 퇴사했다. 그전까지는 줄곧 영화제에서 일했다. 영화를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는 일’이라는 점에서 배급과 영화제는 결국 같은 일이라고 본다. 어둠단 프로그래밍할 때도 나는 ‘어떤 영화를 걸어야 사람들이 올까? ‘빈자리를 어떻게 줄일까?’ 고민한다. 요즘은 GV나 부대행사도 중요하지 않나. 어떤 게스트를 부르고 어떤 이벤트를 만드느냐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그러니까 회사에서도, 어둠단 활동하면서도 똑같은 생각만 했다는 뜻이다. 24시간 일하는 기분이랄까. (웃음) 배급사에서 일한 뒤로 코비스(KOBIS,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를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작은 영화를 맡으면 특히 마음이 쓰였다. 결국 영화 한 편이든, 상영회 하나든 내 자식 키운다는 마음으로 대하게 된다. 양예진_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어둠단은 내게 인사이트와 확신을 주는 공간에 가깝다. 그간 상업영화 마케팅 회사에서 일했다. 마케터의 경우, 더 다양한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둠단 멤버들과 여기서 만난 관객의 피드백이 내게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 한편으로는 일하면서 회의감도 생겼다. 내가 매일 야근하며 쥐어 짜내는 아이디어가 과연 관객을 극장으로 데려오는 데 얼마나 효과를 내는가 싶더라. 회사가 대행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 영화’라는 감각도 점점 옅어졌다. 개봉하면 곧장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야 하니까. 사실 그전에는 방송 일을 했다. 영화를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했던 건데, 어느 순간 그 마음을 잃어가고 있었다. 어둠단은 다르다. 여기서는 모든 아이디어가 우리 것이고, 모든 결과가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이다. 대행사에서는 “안 돼”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시안 컨펌, 문구 컨펌, 발송 컨펌… 전 과정이 확인의 연속이고, 안 되는 이유가 너무 많다. 반대로 어둠단에서는 해보자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그게 좋다. 뭘 공유하면 “좋습니다. 바로 가시죠!” (웃음) 영화와 극장의 위기를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팬데믹 시기에 이 업계로 뛰어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생태계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이도연_ 가장 크게 느끼는 건 관객의 파이 자체가 줄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가족끼리 저녁 먹고 영화 한 편 보는 일이 자연스러운 여가생활이었다. 부모님과 어디 놀러 갔다가 시간 맞으면 극장에 다녀오는 일이 흔했다. 그런데 지금은 영화를 보는 사람만 보는 느낌이다. 영화가 어느새 일상에서 조금씩 밀려난 것 같다. 어둠단 상영회를 할 때도 단편영화 관객층을 조금이라도 넓히는 데 관심을 두게 된다. 상영회를 계기로 “생각보다 괜찮네. 다른 단편도 한번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수미_ 전체 파이가 줄었다는 데는 동의한다. 대신 그만큼 취향은 더 세분되는 것 같다. 어둠단이 처음 더숲아트시네마에서 상영회를 열었을 때만 해도 우리처럼 작은 규모로 직접 기획해서 상영하는 팀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3~4년이 지난 지금은 비슷한 커뮤니티나 시네클럽이 많아졌다. 박성준_ 극장에서 일하면서도 같은 인상을 받는다. 우리처럼 커뮤니티 상영을 위해 대관을 문의하는 곳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영화 시장은 작아졌지만, 취향을 공유하는 공동체는 오히려 늘어난다는 느낌이다. 또한 취향이 세분되는 동시에, 확고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관객 반응을 종잡을 수 없다고 표현하는 편이 적절하겠다. 예를 들어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 켈리 라이카트 영화까지 관람하지는 않더라. 예상보다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도 있고, 반대로 관객에게 그만큼 닿지 못하는 영화도 있다. 최근 관객은 ‘별로인 영화’를 만나는 경험을 극도로 꺼리는 듯하다. 자신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찾는 동시에, 실패 확률을 최대한 낮추려 하다 보니 작품을 선택하는 폭이 넓어지기 어렵다. 박성준_ 실제로 극장에서도 “이 영화 많이 봐요?”, “예매 얼마나 됐어요?”라고 물어본 뒤 예매를 결정하는 관객이 적지 않다. 이수미_ 상영회를 준비하다가 문득 자신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이 일을 왜 계속하나. 일 년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그렇게 소규모로 상영회를 지속하는 게 어떤 의미인가. 그런데 오히려 규모가 작기에,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가까운 경험으로 남을 수 있겠더라. 그 경험을 계기로 누군가가 새로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런 작은 변화가 쭉 쌓인다면? 몇 년 후엔 생각보다 커다란 의미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김시아_ 요즘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영화제다. 20대 때부터 영화제를 많이 다녔는데, 예매가 이토록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이제 예매를 시도하기도 전에 ‘어차피 못 할 거야’ 무력감이 들 정도다. 달리 말하면 영화에 대한 관심은 분명 커지고 있다. 영화제는 매년 최고 관객 수를 기록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극장을 찾는 발걸음은 줄어든다. 독립영화를 만들고 개봉하는 입장에서 그 변화를 몸으로 체감한다. 예전에는 1만 관객을 기대했다면, 지금은 5천 명만 넘어도 다행이라고 이야기하는 분위기다.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다. 영화를 향한 관심은 높아졌는데 왜 극장은 어려울까. 상영회도 영화제처럼 1년에 한두 번 열리기에 이만큼 모객이 가능한 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관객을 만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또 서로 주고받는 시기다.
이수미 ⓒ이영진
박성준 ⓒ이영진 그 안에서 ‘동기’라고 부를 존재가 여럿 생겼으니, 배급아카데미를 통해 든든한 울타리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여러분에게 인디그라운드는 어떤 의미인가. 박성준_ 인디그라운드가 나를 배급아카데미 수강생으로 뽑아주지 않았다면, 지금 이 업계에서 일하지 못했을 것 같다. 메일도 제대로 못 쓰던 초짜를 키우고 가르친 곳이거든. 본래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했고, 막연히 광고사에 취직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광고를 공부해 보니 재미가 너무 없었다. 이걸 어쩌나 싶던 차에 배급아카데미 공고를 발견했다. 영화는 원래부터 좋아했기에 지원했는데 덜컥 붙었다. 덕분에 영화 일로 먹고살고 있으니, 내게 인디그라운드는 선생님이자 부모님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김시아_ 다들 마찬가지다. 우리는 인디그라운드에 방문할 때 “친정” 간다고 한다. (웃음) 인디스페이스 상영회를 마치고 처음으로 수익을 정산받았던 날이 떠오른다. 첫 월급 받으면 부모님께 내복을 사드린다고 하지 않나. “친정에 떡이라도 돌려야 한다”라는 말이 나왔고, 간식 사 들고 가서 첫 부금 정산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학교나 회사에서 만난 인연과는 다르게, 영화라는 공통분모로 모이자 이렇게 끈끈하고 단단한 공동체가 또 없더라. 게다가 독립영화 현장 곳곳에 배급아카데미 출신이 포진해 있다 보니, 일하면서 종종 네트워크의 힘을 실감한다. 얼마 전에도 배급사 미팅에 갔다가 1기 수료생을 만났다. 이수미_ 현장에서 그런 연결을 자주 느낀다. 필앤플랜에서 일할 당시, 배급사 분들을 만나면 꼭 몇 분은 배급아카데미 출신이었다. 내가 퇴사한 뒤 필앤플랜에 들어온 신입 중에도 배급아카데미 수료생이 있었다. 인디그라운드가 이렇게 사람을 키워내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도연_ 나한테 인디그라운드는 서울 집 같은 곳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힘든 순간이 생기는데, 비슷한 시기에 일을 시작해선지 우리는 신기하게 그 고비가 오는 타이밍도 비슷하다. 그러면 “이제 인디그라운드 갈 때 됐다” 하는 거다. 찾아가서 커리어 상담도 받고 고민을 나누다 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김시아_ 상영회 운영하는 과정에서 힘든 일이 생기면, 우리를 담당했던 가치확산팀 송성호 님이나 김희영 팀장님께 SOS를 보내기도 했다. 따로 조언을 구하거나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덕분에 서로 응원하며 하나씩 해결하는 법을 배웠다. 그 문화가 우리 안에도 스며들어서, 이제 누군가 새 작품을 시작하거나 홍보가 필요한 프로젝트를 공개하면 다 같이 SNS에 댓글 남기며 응원한다. 이도연_ 응원은 공개적으로! 찬사와 지지만 보내주기! (웃음) 마지막으로 영화를 한 편씩 추천 받고 싶다. 각자 어둠단 교수가 되어 ‘씨네 아카데미’ 특별 강의를 개설한다면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고 싶나. 양예진_ 해마다 나를 따라다니는 키워드가 있는 듯하다. 재작년에는 혐오와 사랑, 작년에는 평화였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유난히 오래 남는 주제가 있는데, 올해는 그게 ‘균형’ 같다. 커리어에 큰 변화가 있는 시기다. 현재 영화 일을 관두고, 방송 제작과 매니지먼트 쪽에서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를 완전히 놓지 않을 수 있던 건 어둠단 덕분이다. 영화와 연결된 활동이 계속 내 삶에 존재해서 다행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균형’이라는 주제로 <썸머 필름을 타고!>(마츠모토 소우시, 2022)을 같이 보고 싶다.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삶의 균형을 지켜가는 것이 올해 내 화두다. 이수미_ <3학년 2학기>(이란희, 2025)를 보며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작품이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심사단 활동하며 처음 봤고, 필앤플랜에서 홍보·마케팅을 맡기도 했다. 스크리너로 이미 여러 번 봤는데도 개봉 후 극장에서 다시 보니 새롭게 다가오더라. “사람이 일하다가 죽을 줄 몰랐어”라는 대사에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 배급사가 아닌 감독님과 PD님이 직접 배급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GV도 꾸준히 열고, 펀딩과 응원 현수막 등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하며 여전히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실제로 변화가 생길까?’ 반신반의했는데, 작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오전에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MBC 기자가 감독님 인터뷰를 요청하더라. 수능을 보지 않는 청소년도 응원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기사가 나갈 예정이라고. 솔직히 그때 울 뻔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든 <3학년 2학기>만큼 기억에 남는 영화는 또 없을 것 같다. 그 영화와 영화 속 인물들, 그리고 어둠단이 겹쳐 보인다. 결국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걷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으니까. 이도연_ 특정 영화가 딱 떠오르지는 않는데, 나는 한 작품을 놓고 열띠게 토론하는 수업을 해보고 싶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한 사람은 너무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교에서 미디어 비평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같은 작품을 이렇게 다르게 볼 수도 있구나’ 경험했다. 타인과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건,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논쟁적인 작품을 보며 실컷 감상을 나눠보고 싶다. 어둠단도 좋아하는 영화만큼 싫어하는 영화에 관해 열심히 이야기한다. 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말하다 보면 오히려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지더라. 박성준_ ‘자기 알기’라는 수업을 열고 싶다.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은 결국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 같거든. 추천작은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요시다 다이하치, 2014). 인디그라운드 배급아카데미를 마치고 취업하기 전까지 서너달 시간이 있었는데, 그 무렵 이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좋아하는 것과 앞으로 살아갈 방향 사이에서 고민한다. 영화를 보고 ‘그래, 내가 좋아하는 걸 해보자’ 마음 먹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아마도 우리를 평생 따라다니는 질문 중 하나일 거다. 정답은 없지만, 누구나 살면서 진짜로 하고 싶은 일 하나만큼은 꼭 해봤으면 좋겠다. 김시아_ 오랫동안 ‘경계’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기울였다. 영화도 국경이나 장르, 형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좋아했고, 돌이켜보면 어둠단도 그렇게 조금씩 경계를 넓혀온 것 같다. 활동 범위와 주제가 확장되고, 만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런데 경계를 넓힐수록 다양한 시선과 마주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 일도 잦아지더라. 요즘엔 ‘사랑’을 고민하게 됐다.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수업을 만들고,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함께 들여다보고 싶다. <파반느>(이종필, 2026)가 떠오른다. 어떤 성애적인 사랑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그러고 보면 어둠단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맞닿는다. 나는 어둠단 안에서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단단하게 연결하는지 체감하거든.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보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고, 그 순도 높은 사랑이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이 사랑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어둠단은 그걸 계속해서 실험 중인 것 같다.
<나만 아는 춤>(씨네 아카데미: 단편학개론 섹션 1), <영성체>(씨네 아카데미: 단편학개론 섹션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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