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뷰 :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영화와 관객의 조우, 누군가의 처음을 기다리는 극장 - KU시네마테크 주현돈 대표 | 2026.03.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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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관객의 조우, 누군가의 처음을 기다리는 극장” [KU 시네마테크] 주현돈 대표 인터뷰 좋은 영화를 경험하는 법은 단순하다. 창작자가 의도한 요소를 오롯이 전달하는 공간을 찾는 것. 대학가의 활기를 지나 교정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마치 숨겨진 섬처럼 자리 잡은 KU 시네마테크를 만나게 된다. 호기심을 가진 시민이 관객이 되고, 관객이 시네필로 거듭나는 선순환의 고리. 주현돈 대표는 관객의 눈을 뜨게 하는 곳이 바로 극장의 본질이라 여긴다. 언제나 영화관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하는 확신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영사기 너머에서 영화의 생태계를 고민하는 그의 단단한 철학을 담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발길이 닿았던 이들에게는 안부 인사가, 걸음을 앞둔 이들에게는 초대장이 되기를 바란다.
Q1. 안녕하세요. 우선 KU 시네마테크 공간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이를 이끌고 계신 대표님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KU 시네마테크는 150석 규모의 예술영화 전용관입니다. 저는 이 극장의 대표이고요. 이곳에서 일한 지는 11년 차가 되었고, 대표로서 2019년부터 극장을 인수해 운영한 지는 6년 정도 되어가네요. Q2. 대표님이 KU 시네마테크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영사 일을 거쳐 영화관을 직접 운영하기까지, 이 길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원래 영사 기사를 하려면 멀티플렉스에서 도제식으로 시작해야 했습니다. 저도 거기서 자격증을 따긴 했지만, 동기들이 대기업 공채를 노릴 때 예술극장에 관심이 있었죠. 사실 예술극장은 TO가 정말 안 나요. 그런데 운 좋게 반년 전쯤 올라왔던 옛날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넣었는데 마침 자리가 비어 있었죠. 그렇게 영사 기사로 일하다가 인수하기 전 1년 정도 프로그래머를 했습니다. 사실 극장을 운영하게 된 건 딱히 계획이나 사명감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2019년에 극장이 없어질 위기였는데, 서울에 몇 안 되는 예술영화관이 사라지는 게 아까워 운영을 지속할 방법을 찾다 보니 제가 직접 맡게 되었습니다.
Q3. 대학 교정 안에 위치한다는 점이 자칫 학생 전용 시설이라는 선입견을 줄 수도 있을 텐데, KU 시네마테크는 외부 관객 비중도 높습니다. 학생과 일반 관객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노하우나, 이 경계를 허물기 위해 세운 운영 전략이 있으신가요? 딱히 전략을 세우지는 않습니다. 대학은 부지가 넓고 이미 개방된 공간입니다. 그 자체로 지역 주민한테 문화 시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외부 비중을 신경 쓰지 않아도 찾아오시는 식에 가까워요. 주변에 멀티플렉스가 많아 경쟁이 심할 것 같지만, 그곳은 예술영화에 큰 신경을 안 써서 저희 관객층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는 것 같고요. 오히려 유니크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으면 여기서밖에 못 보니까 관객분들이 자연스레 찾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또 이곳이 주거 밀집 지역이라 어르신들이 많은데, 그분들은 문화 정보가 늦어 길게 상영하는 저희 쪽으로 찾아오시기도 하죠. 실제로 학생보다 일반 관객이 더 많고, 그런 분들을 위해 가격 책정 등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Q4. KU 시네마테크는 드물게 4K 상영과 35mm 필름 상영이 모두 가능한 곳입니다. 운영자로서는 관리가 꽤 번거로운 일일 텐데, 이렇게 기술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4K는 제가 들어오기 전인 2011년 설립 당시부터 디지털 시네마 배급과 정착, 교육적 지원을 목적으로 도입된 거였어요. 필름은 영화 상영의 선택 가짓수를 늘리는 측면도 있지만, 필름으로 찍은 영화는 필름으로 보는 게 제일 좋다는 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이 필름의 룩을 100% 재현하지 못하거든요. 하지만 필름 수급은 정말 어렵습니다. 영상자료원은 보존 문제로 대여가 거의 불가능하고, 배급사들도 필름을 잃어버렸거나 판권 관계가 꼬인 경우가 많아요. 해외에서 가져오려면 운송비에 자막 제작비까지 들어서, 매진되어도 적자입니다. 지원금을 제외하면 마이너스지만 당위성 때문에 합니다. 다행히 저희는 필름을 걸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있고, 일본 쪽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비영리 영화관 인력들과 교류하며 정보를 얻고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Q5. 특정 극장마다 유독 반응이 뜨거운 영화들이 있기 마련인데요. KU 시네마테크와 특히 궁합이 잘 맞았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아울러 최근 관객들의 영화 선택 기준이나 감상 방식이 변하고 있을 텐데, 이런 트렌드에 맞춰 대표님의 큐레이션 전략에도 새롭게 고려하시는 지점이 있나요? 어르신들이 유독 좋아하는 예술가나 미술관, 박물관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들이 유의미하게 잘 됩니다. 반대로 젊은 층은 소규모 창작 집단들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실험 영화나 습작을 직접 컨택해서 가져오는 방식이 생겼어요. 극장 입장에선 인력이 부족해 그런 프로그램을 다 짜기 어려운데, 저희는 '로트링겐' 같은 팀들과 협업하여 공간과 장비를 내어줍니다. 정식 영화관 환경에서 틀어 스코어도 잡히고 기록도 남게끔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거죠. 앞으로도 시네필 대상의 기획과 일반 개봉작 상영이라는 투 트랙 기조를 유지할 생각입니다. Q6. 과거에 진행했던 기획전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다시 한번 열어보고 싶은 기획전이 있으신지, 또 향후 새롭게 계획 중인 이벤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보통은 배급사에서 제안하거나 영화제 시즌에 걸맞은 기획전을 진행하고, 1년에 1~2번 정도는 큰 규모의 기획전을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타란티노 전작 기획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직원들이 타란티노 영화를 극장에서 다 모아 보고 싶다는 흑심으로 시작한 건데, 국내에 자막이 없는 <킬빌: 파트 2> 자막을 직접 만드느라 고생했지만 정말 재밌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데칼로그> 연작 전편 상영과 <십계>, <선셋대로> 같은 영화를 4K로 틀었는데, 해외와 직접 컨택하며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어도 관객들이 좋아해 주실 때 보람을 느낍니다. 매진 여부보다는 직원들의 기호나 관객들의 향후 관심이 중요한 동기가 되어 일을 즐겁게 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획전을 계속해서 해나갈 생각입니다.Q7. ‘쿠씨네 무비 클럽’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기록하고 대화하는 문화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무비 클럽의 선정 기준과 발제 방향을 잡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또, 모임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시는 요즘 관객들만의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영화 선정 기준은 당시 개봉작이고요. 이 프로그램은 청년센터 광진구 오랑과 연계해 큐레이팅 인력 10명을 양성했던 게 시작입니다. 영화평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영화관에 모여 감상하고 끝나면 바로 얘기하게 하는 진행 방식인데, 처음부터 예술영화가 재밌기는 어려우니 단계적으로 재미를 찾아가는 관객 개발이 목적입니다. 관객들이 새로운 것을 알고 탐구하려는 자발적인 에너지를 볼 때 가장 보람찹니다. Q8. 모바일 티켓이 보편화된 요즘, 쿠씨네는 '세븐 쿠폰'을 통해 직접 관람 영화의 도장을 찍어주는 방식으로 즐거움을 줍니다. 해당 아날로그 방식을 꾸준히 고수하시는 데에는 관객이 영화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대표님만의 특별한 철학이 담겨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아이디어의 시작은 어디였나요? 세븐 쿠폰은 사실 예전부터 하던 건데, 예술 영화관은 통신사 적립이 안 되니까 도장을 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10년 넘게 쌓여서 극장의 아이덴티티가 됐기 때문에 바꿀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도장 종류만 1,000개 가까이 되는데, 다 직접 디자인해서 맡긴 겁니다. 아날로그성이 극장과 잘 맞고, 다이어리에 도장 찍어가는 관객분들을 보면 저희도 좋습니다.
Q9. 최근 많은 독립예술영화관이 폐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KU 시네마테크가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원금’입니다. 예술적인 감성으로 대답하기보다, 이 기회를 통해 행정적인 요구를 강하게 하고 싶습니다. 10년 전과 지원 규모가 똑같은데 물가와 임금은 다 올랐어요. 영화의 다양성이 한국 영화 생태계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국가가 인정한다면, 그 가치에 걸맞은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인프라가 전무한 지방은 더 심각하죠. 행정가들이 이 당위성을 찾고 지원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10. 앞으로 독립 영화관들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변화나 지원은 무엇이라 보시는지, 그리고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그려보시는 '10년 뒤 KU 시네마테크'의 모습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대단한 청사진보다는 그냥 이대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목표입니다. 저도 예전에 선재 아트센터에서 다르덴 형제 영화를 보고 충격받았던 그 유니크한 경험이 원동력이 되어 이 일을 하고 있거든요. 저희 극장도 누군가에게 그런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 유지됐으면 좋겠습니다. Q11. 마지막으로, KU 시네마테크를 아껴주는 관객들과 이 리뷰레터를 읽게 될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껴주시는 관객분들께는 늘 감사하고, 느리지만 더 잘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독자분들은 꼭 저희 극장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영화를 보시고, 영화관이 있어야 할 이유를 한 번쯤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창작자는 극장 상영을 전제로 찍기 때문에, 그 의도대로 보기 위해 영화관은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이 리뷰 레터를 보고 오랜만에 영화관이나 한번 가볼까 생각하신다면 저희 모두에게 가장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 THEATER INFORMATION - 주소 : 서울 광진구 능동로 120 - 전화번호 : 02-446-6579 - 상영관 : 1관, 152석 - 웹사이트 : https://kucinema.net/ ○ 글쓴이: 양지영 기왕이면 아득하고 까마득한 이야기를 쫓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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