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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게, 혼자이지만 충분한 '섬 하나'로 사는 법
[2024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15] 영화 <절해고도>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윤철(박종환 분)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재능을 인정받는 조각가였다. 전업 작가로 생계를 꾸리기 쉽지 않았던 그는 이제 주어지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인테리어 업자가 되었다. 워커 홀릭인 아내 혜영(최희진 분)과 헤어지고 나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던 탓이다. 고3인 딸 지나(이연 분)는 그런 아빠를 닮아 미술에 재능을 보인다. 문제는 무섭고 어두운 그림을 그리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우려와 조롱을 받는다는 것. 심지어 담임 선생님은 친구들의 학업 분위기에 피해를 주는 딸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면담 요청을 해 올 정도다. 한편, 윤철은 우연히 알게 된 강사 영지(강경헌 분)와 조금씩 가까워지며 연인 사이가 된다.
"절해고도, 먼바다의 외로운 섬. 우리가 한때 꿈꾸었으나 가지 않았던 인생. 사랑하는 누군가가 그 길을 가는 것을 지켜보는 우리 마음."
02.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의 제목 '절해고도'는 육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외로운 섬을 의미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외딴섬'이다.) 직관적으로는 극 중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를 지칭하는 말이 된다. 각각의 사정을 이야기하기 전에, 감독의 표현에서 섬 앞에 놓인 '외롭다'라는 수식어의 의미를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는 굳이 '외딴섬'이 아닌 '외로운 섬'이라고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외롭다'는 표현은 타자나 상황에 의해 명사인 섬이 외로운 상태가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응하는 대상이 다수인 경우에는 분명히 그렇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섬 하나가 외로워지는 순간, 다른 섬 하나도 외로운 섬이 되고 만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어떤 대상이 경험하게 되는 일방적인 감정으로 이해되지만, 그로 인해 또 다른 외로움을 전가할 수 있는 상황 또한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03. 크게 두 지점으로 나눠볼 수 있는 이 작품의 전반부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각기 떨어져 있던 섬들이 존재성을 잃고 표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나마 서로가 연결되어 있던 작은 제방이 모두 무너지고 난 이후의 모습이다. '절해고도'라는 말의 본뜻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 영화의 현재를 지나가 머리를 밀고 출가하여 도맹이라는 법명을 얻은 행자가 되고 난 이후 다소간의 시점으로 읽고자 한다.) 이어지는 후반부에서는 일련의 과정을 겪은 섬들이 이전과 다른 방법을 찾는 과정이 그려진다. 감독의 말을 빌려오자면, '사랑하는 누군가가 그 길을 가는 것을 지켜보는 우리 마음'에 해당한다. 관계의 회복과 자생에 대한 최소한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일이다.
영화는 몇몇 지점에서 이야기의 일부를 등 뒤로 감추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차 안에서 죽은 듯한 모습으로 발견되는 윤철의 모습이 담긴 다음 신에서 행자가 된 지나의 모습이 바로 등장하는 장면은 그 중 하나다. 특히 이 지점의 전환 사이에서는 직전에서 설명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반드시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생략된다. 딸의 출가를 인정하고, 세속의 혈연관계가 아니라 불도에 따라 서로 예를 갖추고 존대하며 신뢰하는, 이전과는 다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필요했을 과정이다.
/ 조영준 칼럼니스트
○ 출처 : https://omn.kr/2ea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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