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소리다. 한소리의 소리는 엄마의 소리를 잘라낸다. 엄마의 소리를 튕겨내고 끊어낸다. 외할아버지 장례식이 끝난 직후 내가 뱉어낸 소리는 엄마를 괴롭혔다. 외할아버지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무시하는 소리의 폭력. 사과는커녕 오히려 더 뻔뻔하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엄마를 할퀸다.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웃으면 한다는 합리화를 하고, 엄마를 위한 선택이었다며 내가 행한 소리의 폭력을 정당화한다. 그런데 나는 어디론가 숨고 싶다.
연출의도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며 엄마랑 나는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엄마가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서 어떻게 상황을 파악하고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나 엄마가 내게 보여준 답은 단순했다. 예전부터 해오던 대로 무조건 ‘네’라고 말하며 순응하는 것. 먹고살기 위한 생존 본능에서 비롯되어 익숙해지고 당연해진 ‘네’라는 엄마의 대답. 그 이면에는 소외되고 버려질까 하는 엄마의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 엄마 앞에서 나는 솔직하지 못하고 비겁하며 폭력적이다. 엄마가 순응하며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그녀의 딸인 나 역시 동참해왔다. 나도 모종의 존재들로부터 소외되고 버림받을까 두려웠던 것일지도. 엄마에게 나라는 사람은 12월 3일의 밤보다 더 지독한 고통과 상처, 트라우마를 되풀이하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그런 나를 고백하고, 엄마가 스스로 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카메라를 든 엄마, 그리고 나는 내 소리의 폭력성을 되돌아본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제23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2025)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2025)
제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2025)
Tokyo International Deaf Arts Festival 2025(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