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식사 거부로 거식증 진단을 받은 채영.
막연한 죄책감을 느낀 엄마 상옥은 병의 기원을 찾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탐색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각본을 수백 가지 써봤는데, 지금 네가 말한 각본은 참 뜻밖이네.”
오랜 세월이 흐르고, 그동안 참아왔던 채영과 상옥의 대화가 시작된다.
연출의도
2018년 가을, 한국의 10대, 20대들 사이에 식이장애 발병율이 높아진다는 기사를 보고 처음 취재를 시작했다. 수십 명의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관련 자료를 찾던 중 한 학교에서 전작 <피의 연대기> 상영 제안을 받았다.
상영 후 GV 시간, 차기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식이장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행사가 끝난 후 나를 학교에 초청한 박상옥 선생님이 주차장까지 따라와 딸 채영이 10년 넘게 식이장애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그날, 상옥의 깊은 우물 같은 눈에서 나는 어떤 고통을 봤고, 채영 씨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이 이야기가 시작됐다. 몸을 괴롭혀야만 하는 질병, 먹는 것이라는 가장 말초적인 행위를 극단으로 몰아붙여 몸을 축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마음을 채영은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을지 모르는 누군가들을 위해 나와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 해주었다.
한 개인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질병의 기원은 결코 그 자신이나 가족에게만 있지 않다. 이 영화는 채영의 몸이 겪는 고통의 복잡하고 얽히고설킨 실타래의 매듭들을 아주 일부 더듬어나가며 맥락을 찾으려는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