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교단을 떠나려는 연극과 교수 주희는 건강검진 결과, 가슴에서 악성이 의심되는 종양을 발견한다. 주희는 그것이 암이라고 확신한다. 그도 한때는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을, 그리고 좋은 선생을 꿈꿨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지치고 힘들다. 신변 정리를 위해 학교를 찾은 연구실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찾아온다.
극단 정적의 연출가인 호진은 초연을 앞둔 연극 준비로 분주하다. 그리고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장면은 공연을 앞둔 당일까지도 그를 괴롭힌다. 극단의 젊은 단원들은 ‘중년 부부의 위기’를 다룬 호진의 희곡이 그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며 숙덕거린다.
연출의도
개인의 삶은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누구라도 그 깊은 사정을 알기는 어렵다. 여기 얼핏 평범해 보이는 40대 중반의 인물들도 그렇다. 주희는 느닷없는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 있고, 호진은 자신이 투신해온 예술이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급해한다.
자신의 꿈인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10년을 일한 그녀에게 남은 건 지친 마음과 병든 육체 뿐이다. 그리고 여기, 허물어져 가는 오래된 극단을 힘겹게 이끄는 연출가 호진이 있다. 지난 세기의 유물과도 같은 호진의 아집은 새 시대의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아내 주희와의 위기를 자신의 연극에 녹여낸다. 그것은 마치 호진의 변명처럼 들리기도 하고, 주희에게 띄우는 마지막 편지 같기도 하다. 과신했던 육신이 병들고, 성실하게 일구어 왔다고 믿어 온 삶을 부정해야 할 때,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오리무중의 이들과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