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100년 전, 식민지 시기의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다. 이 사진을 통해 영등포에서 오래전 수많은 여성이 공장에서 일했으며, 1938년 총동원법 이후로, 전쟁을 위해 여성들이 강제로 끌려와서 공장에서 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농촌의 여성들이 '모집'에 의해 열차를 타고 도시 ‘영등포'에 도착했다. 전쟁을 위해 필요한 노동력을 위해 여성들은 강제로 살고 있던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많은 이들이 16세 이하 어린 여성들이었다. 불안을 안고 고향을 떠나 기차를 탔다. 고향을 떠나오며 기차에서 바라본 차창 밖 풍경은 여성들의 일생에 깊은 파장을 남겼다. 영등포에 도착한 여성들은 초과 근무가 허다했고, 방직공장의 뿌연 먼지로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 고된 일을 견디지 못해 공장을 나와 도망치면 다시금 붙잡혀왔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쓰레기를 뒤져 먹는 날이 반복됐다. 일하다 죽으면 시체는 몰래 버려지고, 새로운 어린 여공들로 대체되었다. 이후, 해방되고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 폐허가 된 영등포에는 먹고 살기 위해 다른 여성들이 농촌에서 올라와 공장을 채우기 시작한다. 이후에 영등포는 여러 변화를 겪으며, 이들의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연출의도
영등포의 풍경은 어렸을 때부터 늘 기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장, 공장, 백화점, 먹자골목, 여인숙, 경마장, 노숙인 쉼터, 성매매촌까지 이질적인 성격의 공간들이 영등포에는 혼재되어 있었다. 서울에서도 가장 혼란스럽고, 맥락이 없는 공 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등포는 나에게 불균질한 공간이었다. 2010년대에 지어진 타임스퀘어 백화점의 길 건너편에는 192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공장이 숨어 있다.
이러한 감각 속에서 나는 식민지 시기에 영등포 공장에서 일하던 수많은 여성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사진 속 얼굴들을 보며 영등포에 그 많던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인지,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녀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식민지 시기에 강제 동원된 노무자에 대한 구술집에는 당시 남성 공장노무자들의 구술을 통해서만 여성들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본제국의 군인들은 영등포에 말을 타고 들어와 많은 방직 공장을 세웠고 그곳으로 전국의 여성들을 모았다. 이 여성들은 전쟁에 필요한 물자들을 보급하기 위해 공장에서 강제로 노동해야 했다. 일본인들은 영등포를 가로지르고 통제하며 공간을 점유하고 감시했다.
영등포의 현재 모습은 제국의 착취에서 시작되었으며, 여전히 자본과 권력의 통제안에서 빚어진 뒤틀린 모습으로 남아있다. 제국주의 권력과 자본 권력은 기억되어야 하는 것들까지도 모두 휩쓸어 갔고 영등포에 모였던 여성들의 흔적을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게 되었다. 맥락을 알 수 없이 단절된 공간들은 어쩌면 사라진 여성들의 소실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기록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영등포를 이해하고 이들을 기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