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깁스를 한 채 자전거를 타고 낯선 동네로 면접을 보러 가는 이다라. 불편한 면접 자리에서 나와 전봇대에 묶어 놓았던 자전거를 찾으러 가는데, 앞바퀴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지나가던 행인은 부주의한 그녀를 꾸짖고, 낙심한 다라는 바퀴를 들고 집으로 걸어서 간다. 귀갓길에 앞바퀴가 없는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올라오는 남자와 마주친다.
연출의도
아끼던 자전거를 도둑맞은 적이 있습니다. 분명 그 사람은 제게 개인적인 악의를 갖고 행동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그 자전거를 아꼈기에 슬펐지만, 사실 그의 결정에 ‘나’라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던 거죠. 그에게 그 자전거는 ‘내’ 자전거가 아니라, 그냥 자전거였을 테니까요. 일상의 사소한 재앙에는 사실 그리 대단한 의미나 이유, 어쩔 때는 대상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형체가 없기에,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그 재앙이 정말 실존하는지, 얼굴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랬으니까, 그냥 이런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