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가 푹푹 아래로 처지는 날이 있습니다.
과거는 자꾸만 내 발목을 잡고, 후회는 겨울 입김처럼 피어오르고, 앞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영 나아가지 않는 날들이요.
그럴 때는 문득 생각을 그만하고 영화 속 세계에 빠지고만 싶습니다.
어쩌면 영화 속 인물이 나를 이 세계에서 구해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요.
기운 없는 날들의 한복판에서도 전진하려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가족으로부터의 스트레스를 이기고 자기만의 삶을 열심히 개척하려는 정서의 [은빛살구]
과거의 상처를 그대로 마주하고 일상을 살아가려는 아영의 [미루]
눈을 통해 내면의 그림자를 발견하는 유진의 [안경]
목숨처럼 소중한 단짝을 지키려는 유림의 [유림]
임신으로 생긴 갈림길에 선 윤영의 [횡단보도 위 윤영] 입니다.
잠시는 고통이고 하루는 행복할 거란 말을 믿어 의심치 않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삶에 대한 위안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시에 축 처진 고개도 바짝 들고, 다시 허리를 바로 세워 앞으로 걸어갈 수도 있겠지요.
*관객기자단[인디즈]_이가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