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급아카데미 6기] "50년 전과 오늘을 잇는 보라빛 연대" <양양> 언론/배급시사 참여후기 | 2025.10.28 |
|
|
|
[후기 : 배급아카데미 6기 후속과정] “50년 전과 오늘을 잇는 보라빛 연대” 다큐멘터리 <양양> 언론/배급시사회 참여 후기 - 인디그라운드 배급아카데미 6기 수료생 박채원 독립예술영화의 언저리에서, 사라지면 안 될 이야기를 오래 기억되게 남기려 합니다. 인디그라운드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 전문인력 양성 교육 '배급아카데미'에서는 정규과정 이후에 수료생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지원합니다. 정규과정에서 배웠던 내용을 바탕으로 수강생들이 자체적으로 기획·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함은 물론, 독립예술영화 현장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현장체험'을 진행합니다. 개봉 직전 진행되는 언론배급 시사회 등을 찾아가 관계자들의 역할과 진행 과정을 살펴보며 독립예술영화 배급 현장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다큐멘터리 <양양>은 지난 10월 14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 귀한 자리에 먼저 참여하여 영화를 접한 것은 깊은 행운이자 숙제였다. 지워진 고모를 찾아가는 여정에 동행하며, 영화가 던지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 보려 한다.
▲ 영화 <양양> 언론배급 시사회 현장 자개장이 아름다운 집, 아들에겐 24색, 딸에겐 12색 색연필을 선물하는 집. 남동생은 장차 나라의 큰 기둥이자 거목이 될 집. 다큐멘터리 <양양>이 비추는 ‘양가’의 풍경은 이렇듯 한국 가부장제의 축소판이자 전형이다. 이 익숙하고도 견고한 벽 앞에서, 영화는 관객 각자의 잊고 있던 자리를 묻는다. 나의 자리, 딸의 자리, 우리 엄마와 할머니의 노동, 그 삶이 자연스레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영화 초반의 제사 씬에서 엄청난 음식의 향연과 그곳에서 홀로 노동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여러 컷으로 묘사한다. 다른 성씨 제사에 상다리가 부러지게 혼자 노동하는 엄마와 할머니의 모습은 한국 가부장제의 무보수 노동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시집살이 10년 만에 엄마의 보이콧으로 제사가 사라진 나의 집, 증조할아버지 제사가 끝난 뒤 몇 가지만 간단히 올려 할머니의 엄마(외증조모) 차례를 혼자 챙기던 나의 외할머니 모습처럼, 관객은 자신의 가족사를 소환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 속 감독의 나레이션은 핵심을 꿰뚫으며 청자의 귀에 선명하게 박힌다. “나의 위치에 익숙해졌다.” 오랜 숙고의 시간을 거쳐 꾹꾹 눌러 담긴 듯, 감독의 언어는 한껏 정제되어 있음에도 분노, 그리움, 체념 등 짙은 감정의 힘을 내뿜는다.
▲ 영화 <양양>의 한 장면 영화는 질문한다. 고모의 20대를 누가 지웠는가? 지우려 했지만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영화가 해답이나 팩트를 찾는 탐사보도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은 중요하다. 감독은 “끝까지 고모의 마지막을 그 남자의 입으로 듣고 싶지 않았다”고 전한다. 여기서 고모의 과거 이야기는 현재의 여성 폭력 현실과 맞닿는다. 과거 살인 치사나 자살로 처리되었던 여성들의 사망 사건은 사실 교제 살인인 경우가 허다했으며, 당시의 판결문은 가해자 중심의 ‘여자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가득했다. 데이트 폭력, 이별 살인, 페미사이드(femicide)의 범행 동기는 가부장적 소유욕 등 5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자를 잘못 만난 여자”라는 프레임은 고모의 삶을 단지 실패의 부분으로만 재단해 버린다. 이는 여전히 공고한 여성의 위치와 연결된다.
고모가 당시 쓴 시, “이제 그만 나를 놓아다오, 나의 해방담, 나의 씩씩한 마음을” 이 구절은 여전히 많은 여성의 염원이다. ‘화목한 가정’은 무엇일까, 감독의 영화 속 답변은 ‘시끄러운 가족’이다. 침묵을 깨고 진실을 꺼내어 논쟁하는 시끄러움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에 이르는 길임을 감독은 말한다. 영화는 3.8 세계 여성의 날 집회, 한국여성의 전화 장미 나눔 캠페인 장면을 배치하여 이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의 연대임을 강조한다. ‘양양’이라는 제목은 피해자임에도 여전히 익명 속에 있는 모든 여성들을 호명하는 확장의 의미를 담고 있다.
▲ 감독 양주연 감독이 임신 소식을 가족에게 전하며 영화의 마지막으로 달려가는 순간, 이 기록이 결국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과 긍정적인 변화의 의지를 담고 있음을 드러낸다. 우리가 계속 이야기를 꺼내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 곧 우리의 아이들이 존재 자체로 존중받고 나답게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포스터의 보라색과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보라색 장미는 단순히 여성의 연대나 저항의 상징에 머물지 않는다. 붉은 열정과 푸른 냉정이 섞인 이 색은 연대와 저항,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섬세한 애도의 감정을 함께 품고 있다. 보라색 글씨로 한땀 한땀 새긴 듯한 포스터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조용히 스며드는 방식으로 저항하고 존재를 남긴다. 완전하지 않지만, 진실한 색. 이 영화가 전하는 보라색의 강렬함은 관객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