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독립예술영화전용관] "나와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 인디스페이스 이가람 매니저 | 2024.11.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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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 [인디스페이스] 이가람 매니저 인터뷰 극장에 대한 느낌은 극장을 가는 여정에서 형성되곤 한다. 홍대 인디스페이스로의 길은 어딘가 이색적인 면이 있다. 홍대입구역을 나와 인파를 헤치고 롯데시네마 건물에 들어서면 옷가게, 학원, 언제나 북적이는 음식점까지.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 인디스페이스에 들어서면 일순 분위기는 뒤바뀌고, 알록달록한 공간과 귀여운 매표소가 환영하듯 반겨준다. 이질적인 공간들이 한데 모여 있다는 것, 그리고 그중 나와 어울리는 곳은 인디스페이스라는 것을 생각하면 묘한 감정이 든다. 이 일련의 풍경이 마치 영화처럼 눈앞에 펼쳐질 수 있던 이유는, 아마 그날의 영화의 전사(前史)와 에피소드처럼 합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인디스페이스 이가람 매니저님과의 인터뷰는 이 기억을 소환하는 시간이었다. 이를 읽는 또 다른 관객들도 각자만의 기억을 떠올리며 우리를, 인디스페이스를 만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극장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인디스페이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가람 매니저라고 하고 저희 극장은 홍대에 위치한 독립영화 전용관입니다. 2007년 11월에 문을 연 한국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이고요. 2007년에는 명동에 중앙시네마라는 곳에 있었고 2012년에는 광화문 미로스페이스, 그리고 많이들 기억하고 계시는 2015년에 종로 서울극장에서의 영화관 운영이 있었고, 2022년 3월에 지금 있는 마포구 홍대 롯데시네마에 1개관을 임대해서 극장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슬로건은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편견 없는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Q2. 극장 매니저로서 하시는 일이 궁금합니다. 저는 인디스페이스에서 크게 두 가지 업무를 맡고 있어요. 하나는 티켓 관련한 업무고, 또 하나는 관객 기자단을 운영하는 업무인데, 기자단분들이 써주신 글을 모아서 매주 수요일마다 ‘인디즈 큐’라는 독립영화 뉴스레터를 배포하고 기록집을 만들고 있습니다. - 그간 어떤 과정을 거쳐 인디스페이스에서 일하게 되셨나요? 다양한 영화제에서 스태프로 근무를 했어요. 영화가 좋아서 영화제 일을 했고요, 상영작 수급, 티켓 판매, 상영관 운영, 프로그램 이벤트, 영사 등등 영화 상영에 대한 전반적인 일을 짧고 굵게 경험했어요. 그런 실무적인 경험들이 지금 인디스페이스에서 일하고 있는 것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Q3. 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전용관으로 다른 독립예술영화전용관과는 다르게 한국 독립영화만을 관객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디스페이스의 정체성이기도 한데요. 개봉작 선정 기준은 어떻게 정하고 계신가요? 저희 극장이 지향하는 가치를 얼마나 담고 있는지를 가장 최우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이라는 슬로건에서 표방하는 것처럼, 영화가 다양성을 담고 있는지 그것이 이 사회에 의미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그리고 편견 없는 이야기를 좀 더 많은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가장 첫 번째 주안점으로 두는 부분이 있고요. 두 번째로는 영화적인 완성도도 같이 보는 것 같습니다. Q4. 정기 상영과 기획전 프로그램이 정말 다양한 점도 기억에 남습니다. 프로그램의 면면을 보면 관객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선정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기획 과정과 기준은 어떻게 되시나요? 어떤 명확한 기준을 나눠둔 것은 없지만 극장의 취지 아래에서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상영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가 담긴 기획전이 ‘인디돌잔치’라고 생각하는데, 작년도 해당 월에 개봉했던 영화들 중에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투표해서 다시 상영을 하고 GV도 여는 행사예요. 감독님과 배우분들이 개봉 이후 1년 동안 어떤 창작 활동을 했고 어떤 연기 활동을 했는지 말씀을 하시는 순간이 있는데 시간의 격차를 느끼면서 뭉클한 감정이 드는 게 좋았어요. 관객분들마저도 1년 사이 자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는 시간으로서 의미 있는 기획전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Q5. 진행했던 기획전 중 특히 애정하시거나, 관객에게 반응이 좋았던 기획전은 무엇인가요? ‘인디돌잔치’가 인기도 애정도도 많이 높은 기획전이고, 또 관객분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기획전은 ‘벽을 해킹하기’라는 최이다 감독님과 박동수 영화평론가님이 함께 기획한 기획전이에요. 국립현대미술관 같이 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었던 작품들 아니면 PC 모니터로만 관람할 수 있었던 작품들을 저희 극장으로 옮겨서 상영을 해보자라는 취지도 있었고 또 스크린이라는 것을 하나의 벽으로 상징을 하고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취지로 ‘벽을 해킹하기’라는 기획전이었는데, 아무래도 영화관에서 틀 법하지 않은 작품들을 틈으로써 영화의 경계란 무엇이고 또 영화관은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지 그런 것에 대해서 좀 살필 수 있었던 즐거운 시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공모를 받아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씨네클럽이나 비정기 상영회를 여는 모임이 되게 다양하게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분들께서 상영을 하고 싶어 하시는 장소가 극장이라면 좀 더 풍성하고 규모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Q6. 관객기자단 ‘인디즈’, 극장기록집, 뉴스레터 ‘인디즈 큐’, 영화비평가/영화연구자 지원 사업과 같이 영화 비평 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십니다. 꾸준히 다양한 비평 활동을 진행하고 계신 이유가 궁금한데요. 관객기자단분들의 비평을 게시하는 게 극장 홍보로서 기능을 할 수도 있겠지만, 홍보를 떠나서 관객 개개인에게 영화에 대한 식견을 넓혀줄 수 있는 창구로도 기능한다고 생각해요. 엔딩크레딧이 끝나면 영화가 끝나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다시 비평을 통해 영화가 시작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관객기자단을 운영하고 또 영화 비평과 연구하시는 분들도 극장에 언제든 오셔서 관람하시면서 그렇게 영화 문화를 넓혀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드리고 있어요.
대학 다닐 때 영화 비평을 전공했기 때문에 영화 글을 읽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기자단분들이 써주시는 글의 첫 번째 독자가 되는 것이 굉장히 저에게는 기쁜 일이에요. 작년에 <절해고도>라는 작품이 개봉을 했었는데 그 작품을 통해서 영화 비평의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된 것 같아요. 인디즈분들과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모든 분들이 각자 다른 감상을 얘기하시더라고요. 시간과 돈과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들어간 독립영화가 이렇게 다양한 감상을 남긴다면 그것으로 영화의 의미가 충족이 된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Q7. 인디스페이스 하면 알록달록한 기하학적 형태의 로고가 떠오릅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이 모양들이 다양성을 상징한다고 봐요. 저희 극장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잘 맞아떨어지는데, 각자 떨어뜨려놔도 개성을 가진 모양들인데 뭉쳐놨을 때도 잘 어울리는 모양을 한단 말이죠. 이렇게 잘 조합하면 이 영사기 모양이 되기도 해요. Q8. 인디스페이스는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이고 ‘민간’독립영화전용관이라는 타이틀이 있는 만큼 긴 역사와 굴곡을 가지고 있는데요. 한 번의 휴관과 세 번의 이전을 겪었습니다. 이는 인디스페이스를 넘어, 한국에서의 독립영화와 극장의 위치를 함의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위기들을 어떻게 극복해나가셨는지 궁금합니다. 현재의 인디스페이스가 존재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는지도요. 저희가 이렇게 홍대로 이동을 하고 계속 365일 독립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던 이유가 저는 관객에게 있다고 생각을 해요. 가끔 극장에 있다 보면 정말 관객이 없어서 조용할 때도 있거든요. 그러다가 간혹 한 분이 오시면 너무 고마운 거예요. 그분이 여기까지 집을 나서서 발걸음을 하신 것을 상상하면 한 분을 위해서 기꺼이 영사기를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Q9. ‘나눔자리’는 사소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인디스페이스의 정체성인 것 같습니다. 관객으로서 내가 앉은 자리에 어떤 배우/감독의 이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인 것 같아요. 이 기발한 아이디어의 유래는 어떻게 되나요? ‘나눔자리’ 참여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인디스페이스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때문에 2009년 12월에 한 번 휴관을 했었어요. 당시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수많은 영화인과 관객의 외침이 있었고 많은 관객분들의 도움으로 후원금이 생겨서 2012년 5월에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는데요. 후원인분들의 성함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나눔자리 1.0’으로 해서 극장 통로에 명패를 붙이게 되었어요. 현재는 200만 원을 일시로 후원을 해 주시면 원하시는 빈자리에 이름을 새겨드리는 것을 하고 있어요. 영화인 분들이 직접 후원을 해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에는 감독이나 배우분들의 팬분들께서 십시일반 후원을 해주시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후원에 감사드리는 의미로 후원인과 관련한 독립영화를 특별상영하는 행사도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눔자리 외에도, 기업 대상의 후원제도 및 제휴와 일반관객 대상의 ‘인디 프레젠트’라는 후원회원 제도도 있습니다. 매달 지정된 후원금을 납부해주시면 영화를 6천원에 보실 수 있고, 극장 행사가 열렸을 때 초대를 해드리거나 굿즈와 소식지를 매달 보내드리는 형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극장 내부 사진 제공: 인디스페이스) Q10. 독립예술영화관마다 위치와 극장 이미지에 따라 관객층이 나뉘는 것 같습니다. 인디스페이스에는 주로 어떤 관객분들이 오시나요? 기억에 남는 관객과의 일화가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저희 극장이 홍대에 있다 보니까 젊은 층이 오시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20~30대 분들이 많이 오시고, 롯데시네마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여기는 뭐야’ 하면서 많이 보고 가세요. 그럴 때마다 독립영화전용관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도록 포스터월이나 게시판을 통해서 어떤 행사가 열리고 있고 어떤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는지를 많이 표시를 해두는 편이고, 잘 보이고 싶어서 매일같이 청소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들켰으면 좋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관객분도 계신데, 아침 일찍 오셔서 조조부터 마지막 회차까지 한 번에 다 발권을 하셔서 혼자만의 독립영화제를 개최하고 가시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그래서 그분만의 시간을 잘 마련해 드릴 수 있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좋은 경험을 가지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Q11. ‘홍대 인디스페이스’로서 2년 반이 흘렀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성 또는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희는 이 자리에서 오래도록 유지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인데 사실 보시면 아시는 것처럼 홍대 하면 영화관이 정말 많아요. 그래도 365일 한국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인디스페이스다 라는 게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고, ‘인디스페이스’와 ‘홍대’ 두 단어가 연결되게끔 오래오래 지내고 싶어요. Q12. 마지막으로 매니저님께서 생각하시는 인디스페이스만의 ‘자랑’은 무엇인가요? 1년 내내 한국 독립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자랑이고, 또 멀티플렉스보다 인디스페이스에서 보시면 장점이 많습니다. 평일 황금타임에도 1만 원에 볼 수 있고, 11시까지 상영하는 조조 영화는 6천 원이니까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독립 영화를 많이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얘기도 넣어주세요. (웃음) 그리고 저희 극장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마포구뿐만 아니라 전국의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인디스페이스는 세 가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첫 번째는 아직 영화를 잘 모르던 시절 우연히 방문했던 종로 인디스페이스, 두 번째는 나 혼자만의 영화를 보았던 홍대 인디스페이스, 세 번째는 객석을 가득 메운 <절해고도>와 <너와 나> GV를 보았던 날이다. 인디스페이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내 인생의 영화 역사를 반추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처럼 2007년에 시작하여 한국영화와 맥을 같이하였다고 볼 수 있는 인디스페이스는 많은 영화인들의 역사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홍대 이전의 인디스페이스는 마치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부모님의 옛 시절을 전해 듣는 것처럼 아른하게 다가왔지만, 그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선명하게 인디스페이스를 여전히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생경하기도 했다. 현재 많은 독립영화관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인디스페이스가 그저 상징성으로만 남지 않고 계속해서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는 극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커다란 것이 아니라 단지 극장을 찾아가 영화를 보면 되는 간단하고도 재밌는 실천만으로 가능한 일이다. ✈ THEATER INFORMATION - 주소 : 서울 마포구 양화로 176 (동교동, 와이즈파크)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8층 - 전화번호 : 02-738-0366 - 상영관 : 186석 - 웹사이트 : https://indiespace.kr/ ○ 글쓴이: 최원지 적당한 온도로 오래오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