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2024 퍼스트링크] 새로운 시작의 길에서 '함께' | 2024.0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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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2024 퍼스트링크] 새로운 시작의 길에서 '함께' - <콘크리트 녹색섬> 이성민 감독(2024 퍼스트링크 참여자) 이 영화는 앞으로 누구를 만날까? 드디어 영화를 완성했다. 한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가 제작 준비부터 촬영, 그리고 후반 작업에 이르기까지 매번 새로운 허들을 넘는 기분이었다. 한번에 넘지 못하면 다시 돌아가야 했고, 때로는 잘 넘은 허들에서도 다음에 걸려 넘어지곤 했다. 그렇게 수차례 반복하다 보면, ‘그만둘까?’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많은 이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았고, 영화는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많은 창작자들이 그러하듯, 그렇게 고군분투하여 만든 첫 영화이다. 완성하지 못할 뻔한 영화를 어렵게 완성했으니, 잠시 쉬어가도 될 법한데, 또 다른 고민이 밀려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영화를 어떻게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극장 개봉은 가능할까? 완성의 기쁨은 잠시, 앞으로의 일을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 찾아왔다. 그때 인디그라운드의 <퍼스트 링크>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배급, 유통에 대한 워크숍은 물론 배급사와의 비즈니스 미팅까지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더 많은 작품을 모집해 30편 내외를 선발했다.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촬영과 편집을 준비하듯, 이제 이 영화가 어떻게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지, 그러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고 싶었다. ▲ <콘크리트 녹색섬> 스틸컷 제작은 끝이 아니라 시작 30편 내외로 선정된 감독과 PD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듣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모든 팀이 소개하는 자리라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이후 네트워킹 파티에서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완성된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흥미로웠고, 모두가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영화를 완성했을지를 생각하니 동료애가 절로 느껴졌다. 워크숍과 네트워킹 토크를 통해 배급의 종류와 절차 그리고 창작자가 배급 전 준비하고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배급 경험이 있는 감독, PD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큰 도움이 되었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현실적인 배급 환경도 엿볼 수 있었다. 드디어 배급사와의 미팅. 경험 많은 영화 업계 관계자들과의 만남이라 관객과의 만남과는 또 다른 기대가 있었다. 배급사별로 라인업을 체크하고 질문 리스트도 준비했다. 이 작품을 어떻게 보았는지, 어떤 관객층에 어필할 수 있을지, 또 어떤 변별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어떤 답변은 공감이 가고, 때로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예상일 뿐이며, 지금은 여전히 과정 중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완성만을 향해 달려오던 영화를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며, 여러 배급사의 다양한 시각을 들을 수 있었던 이 자리는 정말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손이 닿을 만한 곳에 두개의 주머니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있다. 한쪽 주머니에는 '세상은 나를 위해 창조되었다'는 말이, 다른 쪽 주머니에는 '나는 먼지와 재에 불과하다'는 말이 들어있다. 영화를 만드는 일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한쪽 주머니에는 내가 바라보는 영화, 내 영화의 장점이 담겨 있고, 다른 쪽 주머니에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영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담겨 있다. 내가 만든 영화의 가치를 알고 자신감을 가지는 것과, 동시에 한계를 이해하고 보완해 나가는 것. 두 개의 주머니 속의 말을 번갈아 꺼내 보며 균형을 잡아가는 일이야말로 영화 제작뿐만 아니라, 배급 과정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다. ▲ 1:1 배급 미팅 현장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영화 현장에서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서로 인사하는 순간을 가장 좋아한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에는 서로가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를 알기에, 그 격려와 감사의 마음이 서로에게 깊은 뿌듯함으로 전해질 때가 있다. 7년에 걸쳐, 첫 장편영화 <콘크리트 녹색섬>을 만들면서 영화제작은 정말 무지 재미있지만, 그만큼 너무도 힘든 일이라는 걸 알았다. 이제 관객을 만나야 한다는, 그야말로 진짜 큰일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가 후회되지 않도록, 이 영화의 마지막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잘 준비하고 싶다. 그리고 그 준비를 가능하게 해준 인디그라운드의 스태프 여러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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