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2024 퍼스트링크] 부디 알맞은 형태로 생존하길 | 2024.0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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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2024 퍼스트링크] 부디 알맞은 형태로 생존하길 -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조희영 감독(2024 퍼스트링크 참여자) 한창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의 후반작업을 하고 있을 무렵 메일함에 퍼스트링크 공고문이 도착한 것을 보게 되었다. 어떠한 경로로 어느 시기에 배급사와의 컨택을 시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것인지 여전히 모르겠기도 하였고, 작품에 관한 배급사들의 의견이 궁금하기도 하여 서둘러 2024 퍼스트링크 참여 지원을 하게 되었다. 나의 경우, 배급 단계에 포함되는 일련의 일들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 중 가장 장단 맞춰 춤을 추기 어려웠던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영화라는 것이 쓰고 만들고 나면 완성일 줄 알았더랬는데 아직도 지난한 과정(영화제 출품 및 배급)이 남아 있다는 것은 겪고 또 겪어 보아도 여전히 생경하고 낯선 과정일 뿐이다. 아마도 퍼스트링크에 참여한 많은 감독님들 또한 다음 작품에 매진할 수 있도록 현재의 작품의 마무리라 할 수 있는 배급의 형태를 부지런히 꾸려가고 계실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2022년에 만든 <이어지는 땅>이라는 영화로 뜻이 맞는 배급사 필름다빈을 만나 계약을 하고 영화진흥위원회 개봉지원사업의 도움으로 2024년 1월 개봉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나와 배급사는 건강하게 일을 하며 서로의 기준과 비전을 교집합 하여 걸러내는 시간을 잘 가졌다. 하지만 당시에 장편영화의 개봉이 처음이었던 나의 경험으로 인해 계획하에 장기적인 시각이 갖춰져 있지 않은 채로 개봉까지 필요로 하는 과정들을 단순히 순차적으로 맞이하였을 뿐이었다. 이런 점은 옳고 그른 선택과는 상관없이 창작자인 동시에 제작자인 감독으로서 영화와 거리두기를 하는 데 부침이 있었던 것으로 모든 것이 지난 후에야 상기할 수 있었다. ▲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스틸컷 때문에 조금 더 빨리 내가 만든 영화와 거리를 두고 목표로 하는 영화의 완성된(배급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그려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러한 지점에서 퍼스트링크 프로그램은 대단히 효율적인 도움을 준다. 배급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배급 경험을 공유하며 실질적인 팁을 건네는 동시에 창작자들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각자의 영화를 향한 순수한 열의 또한 함께 공유한다. 그리고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요한 목적인 배급사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작품-배급사 간의 매칭이 성사돼야만 미팅을 할 수 있는 방식은 실제 배급사와 미팅 과정에서 조금 더 솔직한 태도로 작품에 대한 시선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능케 한다. 이것이 실제의 배급 계약으로 이어진다면 굉장한 성과이겠지만 그렇지 않다손 치더라도 각기 다른 작품들 저마다의 기준에 따른 좋은 형태의 배급을 그려 나가는 데에 실질적인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느꼈다. 덧붙여 배급사와의 미팅에 앞서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배급 케이스 스터디를 말해보고 싶다.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님과 <절해고도> 김미영 감독님 두 분의 이야기들을 듣는 시간 중에 진명현 대표님은 해당 케이스 스터디에 참여한 감독들에게 ‘배급사와의 미팅은 어쩔 수 없이 상업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 당부하며 감독 또한 영화를 상품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요였고 이 이야기는 나의 영화가 상품으로 다뤄지는 과정에서 감독으로서 영화에 부여한 품위를 완전히 거세시키라는 말이 아닌 감독으로서 영화에 부여한 품위를 ‘배급과 마케팅 전문인’들에게 세공되어 지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말라는 위로와도 같은 당부로 들렸기 때문이다. ▲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 <절해고도> 김미영 감독 영화를 만드는 때의 순수함을 무기로 배급 과정을 낭만적으로만 소화하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순수한 태도로 만들어진 영화라면 이미 그런 품위를 잃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감독이기도 하고 제작자이기도 한 독립영화 감독님들의 극영화, 도큐멘터리, 실험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작품들이 부디 알맞은 형태로 생존하여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날을 일인의 창작자이자 관객으로서 바라며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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