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독립예술영화전용관] "휘발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영화는 계속된다" 광주극장 이서영 코디네이터 인터뷰 | 2024.09.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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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영화는 계속된다 [광주극장] 이서영 코디네이터 인터뷰 공간의 역사성 보존은 쉽지 않은 문제다. 시간은 필연적으로 부식과 훼손을 불러오고, 사람들의 달라진 이익 관계는 공간 자체를 소멸시켜 버리기도 한다. 보존을 위해 제 목적을 잃어버린 공간 역시 숱하게 많다. 하지만 1935년에 개관하여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광주극장은 여전히 영사기가 돌아가는 ‘극장’으로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 옛날 영화 포스터로만 채워져 있을 것 같은 손간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다음 소희> 같은 최신 영화의 포스터들을 발견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 영화 검열의 흔적인 임검석을 보며 과거로 돌아가다가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보이는 현재의 흔적들에 나도 모르게 안심을 하게 된다. 광주극장은 단순히 잘 보존된 ‘옛날 극장’,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공간이 아니다. 관객들에게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과거와 현재의 영화를 이어주는 극장. 그 시간 속에서 극장과 관객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이서영 코디네이터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극장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광주극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서영 주임 코디네이터라고 합니다. 저희 극장은 광주광역시 충장로에 있는 독립예술 단관극장으로, 올해 개관 89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광주극장”이라는 이름은 제게 굉장히 견고한 주어처럼 다가옵니다. 오히려 단순한 이름이기 때문에, 그것이 놓이게 되는 시대적, 역사적 맥락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약 1세기가 다 되어가는 극장인 만큼 문화적, 지역적, 역사적 가치의 교차로와 같은 곳처럼 감지됩니다. 본격적으로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지정되어 운영된 것은 2003년부터였는데,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 안에서 구성된 광주극장만의 독자적인 프로그래밍이 있다고 봅니다. 그에 대한 동의와 애정이 있기에 자연히 이곳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Q2. 극장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주로 매표를 봅니다만 이런저런 일들을 함께 합니다. 매점도 보고, 청소도 하고, 한번씩 GV 진행도 맡고 있습니다. 때로 지역영화제와 연계하여 외근처럼 일하고 오기도 하는데, 올해는 15회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으로 함께 하게 되었어요. 지금 제가 맡고 있는 업무 중에 가장 즐겁게 다가오는 것은, 광주극장과 꾸준히 함께 해오신 관객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수집하는 프로젝트, <상영관: 항상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 관하여>입니다. 광주극장에서 100편의 영화관람을 달성하신 분들을 조명하고, 관객분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진행하는 것에 초점을 둔 기획인데요. 영화와 극장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뒤 이선미 작가의 디자인, 윤재경 작가의 사진 작업과 함께 최종 형태를 구성합니다. 지난 기록들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Q3. 극장 입구에 걸려있는 포스터들이 눈에 띕니다. 저는 손으로 그린 극장 간판을 실제로 처음 봐요. 광주극장은 매년 ‘영화 간판 학교’를 운영 중인데, 프로그램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궁금합니다. ‘영화 간판 학교’는 매년 10월에 열리는 <광주극장 영화제> 이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광주극장의 마지막 간판장이라고 불리시는 박태규 화백님과 시민들이 함께 “손간판”을 직접 제작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사전에 신청자를 받고, 영화제 개막까지 약 한 달이라는 기간에 걸쳐 좋아하는 영화를 간판 규격 안에서 직접 그려보는 워크숍입니다. 참고로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미술실은 지금으로서는 국내 다른 극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공간으로,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장소인데요. 그래서인지 매년 참여하셨던 분들의 반응이 꽤 좋았던 편이었어요. 그렇게 제작된 올해의 손간판을 영화제 개막식 때 올리는 “상판식”까지 함께 하는 여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4. 광주극장은 단관극장이지만 한 관에 좌석이 856석으로, 실내 영화관 중 국내 최다 좌석 보유 영화관입니다. 예매도 비좌석제로 운영 중인데, 어떤 자리에 앉아 보는 게 명당인가요? 코디네이터님이 추천하는 명당 자리가 있다면? 사실 단관극장치고 독특하게 1, 2층으로 구분될 뿐더러, 좌석 유형도 다양하다 보니 자리마다 매력이 달라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좌석은 1층 중앙에서 왼쪽으로 살짝 비스듬한 자리입니다. 자막이 세로로 송출되는 고전을 감상할 때도 용이하고, 극장 스크린이 비교적 큰 편인데 그런 대형 스크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음향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오시는 손님마다 선호하시는 좌석이 다르고, 상영관이 워낙 넓다 보니 냉, 난방 시설의 가동 범위에 따라 권해드릴 수 있는 좌석이 매번 바뀌곤 합니다. 겨울에는 가급적 2층을 이용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Q5. 광주극장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 <버텨내고 존재하기> 무척 재밌게 봤습니다. 극장 곳곳에서 뮤지션들이 공연을 하는 모습이 색다르면서도 영화적으로 느껴졌어요. 광주극장은 원래 영화뿐 아니라 연극, 무용 공연, 김구의 강연회까지 열린 복합문화공간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요즘에도 극장에서 영화 외에 공연이나 강연이 열리는지 궁금합니다. 광주극장은 지금도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말씀해 주신 작품 <버텨내고 존재하기>(2023, 권철)의 커밍홈 GV, 연계콘서트가 개최된 바가 있고요. 광주극장 영화제가 열리는 가을쯤에는 [음악으로 통한다]라는 기획으로 국내외 뮤지션들을 선보이는 공연과 연계 상영을 함께 진행하곤 해요. 작년에는 노르웨이 출신의 재즈 듀오, 시릴 말메달 해게, 치에틸 물레리드의 라이브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공연 이후에는 <서칭 포 슈가맨>(2012, 말릭 벤젤룰)이 상영되었고요. 그 이외에도 각종 북콘서트나 한국지역도서전과도 연계하여 문학 작가들이 진행하는 시네토크가 기획된 바도 있습니다. 금정연, 서이제 두 작가님께서 <마틴 에덴>(피에트로 마르첼로, 2020)을, 조온윤 시인님이 <퍼스트 카우>(켈리 레이카트, 2021)라는 작품으로 저와 함께 연계토크를 진행해주셨습니다. Q6. 광주극장은 1934년 설립되어 올해로 개관 89주년을 맞았습니다.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로 관객 인터뷰 및 아카이브를 진행 중이신데, 광주극장에서 100편의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신다고 들었어요. 이 프로젝트에 관객들 반응은 어땠나요? Q7. 연말에 송년의 밤, 영화퀴즈 대회가 열리던데, 너무 재미있어 보여요. 광주 사람이 아니어도 참여 가능한가요? 가능하면 저도 참여하고 싶네요. (웃음) 그럼요. 네이버 카페에 공지가 올라오는 대로 사전 신청만 주신다면 언제든지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연말에 극장 단골분들, 직원분들뿐만 아니라 이 행사를 통해 처음으로 극장을 알게 되신 분들까지 모여 즐겁게 어울리는 자린데요. 편한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Q8. 광주극장은 매년 개관영화제를 진행하는데요. 역대 상영작을 둘러보니 고전영화부터 예술영화, 독립영화 상영에 콘서트, GV까지 프로그램이 상당히 알차더라고요. 상영작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개관 89주년 영화제에 대한 힌트도 주실 수 있을까요? 광주극장 개관영화제는 약 15일~20일 정도의 상영 기간을 두고, 무성영화를 포함하여 15편~17편수의 작품들을 관람하실 수 있게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누구든지 극장에 와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길을 나설 수 있길 바라며 작품 편성을 준비하고 계신다네요. 또한 <버텨내고 존재하기> 개봉 1주년 상영과 더불어 작은 공연을 계획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봅니다. Q9. 단골들도 많고 먼 곳에서 찾아오는 관객들도 많을 듯한데, 기억에 남는 관객이나 에피소드 있으실까요? 사실 기억에 남는 손님들은 정말 많습니다. 매표실 창구 너머로만 짧게 인사를 나누기만 해도 따뜻함이 전해지는 분들이 많아서요. 사실 서비스업종이 썩 맞는 성향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먼저 상냥하게 다가오시는 모습에 오히려 힘이 났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한 분 정도 구체적인 성함을 언급해 보자면, 상영관 프로젝트 여섯 번째 손님으로 모셨던 장효례 선생님입니다. 인터뷰 당시 나누었던 대화도 즐거웠고, 왠지 뵙게 될 때마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분이거든요. 사실 매표실은 일종의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간적으로 특수한 면이 있는 곳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뜻밖의 선물 같은 만남이 있을 때마다 기뻤던 것 같아요.개인적으로 『봄날』(문학과지성사), 『연대기, 괴물』(문학과지성사) 등의 책을 출간하신 임철우 작가님의 팬인데요. 어느 날 상영관 프로젝트의 관객 추천작이었던 <여덟 개의 산>(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2023)을 관람하러 오시며 우연히 뵙게 된 일이 있었는데, 정말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Q10. 마지막으로 광주극장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관객들에게 광주극장이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시는지도요. 이 부분은 아무래도, 언젠가 저희 김형수 대표님께서 해주셨던 이야기를 아울러봐야겠습니다. 사실 방향성이라는 말을 너무 염두에 두면 오직 한 곳만 바라보고, 한쪽을 지향하는 것처럼 의미가 다소 제한될 수 있다고, 대신 광주극장이라는 공간이 가질 수 있는 함의에 관해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극장은 “영화와 관객이 만나면서도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들이 발생하고 쌓이는 공간”이며, “그 시간의 흔적들이 휘발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쌓일 수 있도록, 시민들 곁에 활짝 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 독특한 장소와 시간성 안에서, 영화를 통해 누구든지 현실 앞에 대등하게 설 수 있는 힘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 인터뷰를 마치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관객들이 광주극장에 가지는 애정만큼이나, 광주극장이 관객들에게 가지는 애정이 정말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를 기억하는 광주극장은 지금도 관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서로의 이야기가 쌓일 수 있도록 과거의 공간에서 현재를 기록하고, 관객들과 함께 그린 그림을 자랑스럽게 사람들에게 내보인다. 요즘 내가 꿈꾸던 영화와 극장, 관객 간의 굳건한 유대를 의도치 않게 이곳 광주극장에서 발견한 것 같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광주극장을 다시 방문하려 한다. 나중에 과거로 기록될 현재의 시간들을 직접 목격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 THEATER INFORMATION 광주극장 - 주소: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46번길 10 - 전화번호: 062-224-5858 - 상영관: 1관,856석 - 웹사이트: cafe.naver.com/cinemagwangju ○ 글쓴이: 이수미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