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인디그라운드 X 리버스] 혼자가 아니야 - 인디그라운드 배급상담소 강유가람·오희정·이승주·이나연·김영우 | 2024.09.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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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야 인디그라운드 배급상담소 강유가람·오희정·이승주·이나연·김영우 글 차한비 사진 이영진
Q. 주로 어떤 분들이 배급상담소를 찾나. 상담 주기는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하다. 김영우_ 많이 하면 한 달에 세 번 정도. 몰아서 들어올 때가 있고, 안 올 때는 한참 안 온다. 해외 시장에 명확한 궁금증을 가진 분들은 오희정 피디가 맡는 것 같고, 내게는 해외 영화제 출품을 포함해 좀 더 일반론적이고 막연한 질문이 주로 들어온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제 영화는 어느 영화제에 출품하면 좋을까요?”다. 창작자 대부분 영화제 출품 방법이나 과정에 관해선 파악하고 있는데, 영화제 성격과 배급 시기 등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영화제 출품은 국내와 해외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거든. 국내 주요 영화제에 먼저 출품할 거냐, 아니면 해외 영화제를 먼저 도전할 거냐. 둘 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 묻는 분들이 많다. 사실 그건 작품 특성과 장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어서 선명하게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내가 말을 해봤자 작품 선정은 결국 영화제 몫이고. 결국 대강 흐름을 설명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쪽으로 상담 방향을 잡고 있다. 오희정_ 막연하게 오는 분과 나름대로 해외 배급을 경험한 분이 반반이다. 후자의 경우, 전작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을 해소하고 싶어 찾아오신다. 나의 대안적 경험을 포함해 여러 사례를 소개하는 편이다. 해외 배급도 국내 배급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다 만들고 나서 시작하면 늦는다. ‘사전 단계에서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배급까지 길이 이어질 수 있는가?’에 집중해서 얘기한다. 구체적으로 숙제를 열심히 하라고 말씀드린다. 김영우 프로그래머가 말한 대로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은 ‘어느 영화제에 가야 할까?’인데, 내가 답을 내려줄 수 없다. 적어도 기출문제 풀듯 각 영화제의 최근 동향을 스스로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최근 베니스에서 어떤 한국영화를 상영했는지, 로카르노의 프로그램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등 영화제 홈페이지 들어가서 미리 좀 살펴보고 분석도 해보라고 강조한다. Q. 실제 상담은 제작과 배급 영역을 넘나드는 듯하다. 카운셀러인 동시에 플레이어이기에 ‘나라면 어떻게 할까?’ 가정하는 순간도 많을 텐데. 강유가람_ 남 얘기로 안 들릴 때도 있고, 왜 내게 이런 걸 묻는지 의아할 때도 있다. 결국 자기 영화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감독 본인이다. 내 영역을 넘어서는 부분에 관해 질문하면 진땀 나는데, 국내 배급 현실을 최대한 상세히 알려드리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배급사를 만난다고 모든 상황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개봉시 일정 스코어를 달성한다고 해서 곧장 내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등등. 감독에게 그만한 현실 감각은 필요하다. 개인 배급을 고민하는 몇 분에게도 추천하지는 않았다. 배급 피디를 맡아서 <왕자가 된 소녀들>(김혜정, 2013)을 자체 배급해본 적이 있다.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한 것은 좋은 경험이었지만, 일 자체는 힘들었다. ‘배급사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구나’ 깨달았지. 비용을 따지다 보니 배급사의 역할을 의심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와 같은 현실을 정확히 알려드리는 것도 상담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나연_ 단편도 비슷하다. 다만, 대다수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상담 내용이 조금 달라진다. 첫 작품이자 첫 영화제다 보니 아주 기본적인 것을 묻는다. 영화제 출품 방법은 물론이고, 애초에 어떤 영화제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영화학교 출신과 비출신이 6대 4 정도 비율이고, 비출신 중에는 영화계에 연고가 없다고 느끼는 분들이 꽤 많다. 그러고 보면 나도 영화제를 갔던 것이 단편 <못, 함께하는>(2016)을 인디포럼 상영하면서부터인데, 당시 학교 선배가 그 영화제를 알려줬거든. 오늘 출품 마감인데 한 번 넣어 보라고. 사실 이전까지 인디포럼이 어떤 영화제인 줄도 몰랐다. 배급상담소를 찾는 분들도 그때의 나랑 비슷한 것 같다. 그래도 영화학교 출신은 주요 영화제를 대충 아니까 나름대로 전략을 짠다. 프리미어 기준이 있는 곳을 우선 출품하고, 그 외 영화제를 순차적으로 도는 식이다. 근데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면 이 흐름을 혼자 터득해야 한다. 영화학교 출신이어도 이런 걸 전공 수업에서 배울 수는 없다. 영화제 많이 간 선배한테 물어본다거나 인터넷 검색하며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거다. 상담을 거듭할수록 상담의 필요성을 실감한다. 더불어, 상담 범위가 배급에 국한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50분 상담이 기본인데, 배급사별 특성과 개인 배급 방법, 배급 전략과 그에 따른 장단점 등을 설명하는 건 사실 25분이면 충분하거든. 나머지 25분은 창작자로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다. 궁금한 점을 편히 질문해 보라고 하면 거의 대화가 그렇게 흘러간다. 우는 분도 많다. Q. 다섯 명 모두 인디그라운드 배급상담소가 문을 열 때부터 상담에 참여했다.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어떤 변화나 경향이 읽히는지 궁금하다. 이승주_ 단편 쪽에선 최근 OTT에 관한 질문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온라인 플랫폼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어떤 조건으로 계약하는지 등을 자주 물어본다. Q. 근래 영화제가 줄어든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될까? 미쟝센단편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인디포럼 등 단편영화와 신진 창작자에 주목했던 영화제가 사라지지 않았나. 이승주_ 영향이 큰 것 같다. 말하자면 예전에는 구심점 같은 영화제가 있었다. 그곳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인지도를 얻고, 심지어 몇몇은 장편 계약까지 성사하는 결과를 낳았다. 감독으로서 예상하고 꿈꿀 수 있는 경로가 있던 셈인데, 이제 그 영화제라는 장 자체가 없어진 거다. 그러다 보니 단편영화 만드는 분들도 목표를 거기까지는 안 두는 것 같다. 단편을 잘 만들어서 장편 계약하겠다, 이 작품을 계기로 입봉하겠다, 그런 마음이 아니라 눈앞에 놓인 작품 하나만 본다. 당장 이걸 어디서 어떻게 보여줄 거냐. 상담하면서 “단편 잘하면 장편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으니 열심히 하시라” 격려하긴 하는데, 확실히 대화하다 보면 예전보다 사고의 폭이 좁아졌구나 싶다. 강유가람_ 배급 시장의 변화라고 해야 할까. 내담자가 나도 잘 모르는 플랫폼이나 낯선 서비스에 관해서 질문하면, 이 산업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구나 싶다. 배급 비용을 지불하면 일정 기간 영화제 출품을 대리해주는 서비스 플랫폼이 여럿 생겼다는 사실도 비교적 최근에 인지했다. “저도 여기에 돈을 내고 배급을 의뢰해도 되나요?”라고 질문하는 업체 중에는 처음 듣는 곳도 꽤 있다. 나 역시 경험하지 못한 플랫폼이다 보니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더라. 이승주_ 창작자에게 선금을 받고 배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나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인디스토리, 포스트핀, 필름다빈, 센트럴파크 등 기존 단편영화 배급사는 창작자와 계약한 후 작품 배급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셰어하는 식인데, 신규 서비스 업체들은 애초 계약 단계에서 작품 관리 및 영화제 출품을 목적으로 비용을 청구한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 고민할 수밖에 없다. 최소 30만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데, 그만큼 상영 기회를 얻을지도 미지수고. 어차피 본전 찾기는 힘든 일이라고 말씀드린다. 솔직히 말하면 장편과 달리 단편 배급사의 경우, 창작자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순위가 정해져 있다. 여기 해서 안 되면 저기, 저기 해서도 안 되면 거기. 이런 식으로 하나씩 두드려 보는 거다. 그러니까 유료 서비스를 고민한다는 건 돌고 돌아서 그곳에 도착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내담자 중에는 “제가 이러이러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진짜 이거라도 해야 합니까? 아니면 그냥 깔끔히 관둘까요?” 묻는 분도 있다. 결국 작품 수준을 논하게 되는 상황이라 조심스럽지만, 해당 배급사가 어떤 전략을 취하는지 살펴보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영화제가 아닌 IPTV 쪽에서 강세인 곳도 있고, 그렇게 보여주기를 원하면 새로운 방식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결국 선택의 문제이며 여지는 있다는 얘기다. 김영우_ 영화제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잠시 얘기하겠다. 영화진흥위원회도 한 해 제작되는 단편의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지 못하는데, 프리미어 출품 조건이 없고 연말에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 기준으로 보면 약 1,400편 내외다. 나도 1년에 6~700편 정도는 보게 되더라. 창작자 입장에서 배급사 순위를 인지하듯 영화제도 마찬가지다. 배급사도 보통 한꺼번에 출품하다 보니, 나중에 출품작 목록을 정리한 엑셀 파일을 보면 한 눈에 쫙 들어오거든. 근데 심사 과정에서 어떻게든 그 틀에 갇히지 않으려고 애쓴다. 특정 배급사 작품으로 쏠리지 않으려고 몇 차에 걸쳐 여러 심사위원이 토론하고, 최대한 다양한 루트의 작품을 선정해 보자고 이야기한다. 비단 배급사뿐만 아니라 학교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교육과 표준화된 제작 시스템을 갖춘 영화학교에서만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진 않거든. 그런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고, 밸런스를 맞추려고 한다. 단편 작업하는 분들에게 이건 꼭 말씀드리고 싶다. 모든 영화제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 원문 보기 : http://reversemedia.co.kr/article/8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