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2024 퍼스트링크] <절해고도> 배급 경험 나누기 후기 | 2024.0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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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2024 퍼스트링크] 독립영화 배급 기초 워크숍 - 케이스 스터디 <절해고도> 배급 경험 나누기 후기 - 기록 및 정리 : 김은송 '독립영화 매칭 워크숍: 퍼스트링크(FIRST LINK)'는 창작자와 유통배급 주체들의 연결망을 구축하기 위해 인디그라운드에서 마련한 비즈매칭 프로그램으로, 2024년 올해로 4회를 맞이했습니다. 퍼스트링크에서는 독립영화 창작자와 배급사 간 1:1 비즈니스 미팅을 지원하며, 미팅에 앞서 개봉작 배급 경험을 나누는 케이스 스터디와 배급 기초 강의 등 다양한 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독립영화가 보다 다양한 배급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8월 24일 토요일 인디그라운드에서 창작자 배급 기초 워크숍 ‘케이스 스터디: <절해고도> 배급 경험 나누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오후 2시부터 3시반까지 열띤 분위기 속 진행된 강의에는 <절해고도>의 김미영 감독님과 <절해고도>의 배급 및 마케팅을 담당한 ‘무브먼트’의 진명현 대표가 자리했다. <절해고도> 개봉 1주년을 맞이하며 진명현 대표(이하 진): 작년 이맘때 제일 바빴다. 9월 27일에 개봉을 했으니 지금이 개봉 한 달 전인 상황이다. 이때쯤 극장 개봉과 관련된 작업들을 마무리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작년 여름을 생각하면 어떠한가? 김미영 감독(이하 김): 같이 일할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진: 영화가 4천 명이 조금 넘는, 4천백 명이 안 되는 관객을 모았다. 5천만 원의 개봉지원금으로 4천 명 정도 동원을 했는데, 2023년도 한국 독립영화 평균 관객 수가 2천5백 명에서 3천 명 정도 된다. 그것보다는 좀 더 든 편이다. 저희는 티켓 프로모션 없이 4천 명을 꽉꽉 채워 관객을 모았다. 집계되는 관객 수가 모두 실제 관람객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절해고도>의 배급사 미팅 과정 김: 배급사 미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독립영화 배급을 10년, 20년씩 해 온 회사부터 신생 회사까지 다양한 곳에서 <절해고도>라는 작품의 관객 수를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배급사마다 예상 수치가 다 달랐다. 한편, 우리 영화를 배급할 의사가 많지 않은데도 미팅에 나오는 배급사분들도 계시다. 그분들께 고맙기도 했다. 배급사 미팅은 독립영화 배급사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당장 마음에 드는 배급사를 만나지 못했더라도, 영화제 등에서 소개된 성과가 쌓이고 나서 배급사와 연결이 될 수도 있다. 초반에 빨리 배급사가 정해지지 않더라도 초조해할 필요 없고, 얼마든지 또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창작자들에게) 해주고 싶다. 진: 배급사와 제작사의 관계는 집주인과 세입자 같기도 하다. 집을 보러 다니며 왠지 모르게 ‘이 집은 내 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 집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배급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감독님과는 나와 인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번거로운 것을 기꺼이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 <절해고도> 시집 프로젝트 진: 시집 작업은 감독님 처음에 뵙고서 ‘진짜 한 번도 안 해봤던 거 하나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정말 다 할 수 있게 해주셨다. 김미영 감독님과 박종환, 이연, 강경헌 세 분 주연 배우님이 ‘나의 절해고도에게’라는 산문을 써 주셨다. 그리고 고명재, 안미옥, 안희연, 오은, 유진목, 이혜미 시인에게 <절해고도>를 보고 시 한 편과 에세이 한 편을 써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ISBN(국제표준도서번호)까지 받아 정식 출간을 진행했다. 출간 후에는 독립서점과 인터넷 서점 등에 배포를 하고 GV 때도 적극적으로 시집을 활용했다. 아마 이 자리에 계신 감독님들 대부분 독립예술영화관 단골이실 텐데, 독립예술영화관을 자주 찾는다는 게 참 번거롭지 않나. 상영 시간표도 잘 안 맞고, 멀기도 하고. 그런데 실제로 시집을 사서 읽는 사람들도 비슷하게 ‘번거로운 것을 기꺼이 하는 사람’들이라, 분명 교집합이 있을 거라고 판단해 시작했던 프로젝트다. 관련 지원 사업에 기민하게 반응할 것 진: <절해고도>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고 나서 좋은 작품이라고 입소문도 많이 났고, 관객들도 좋아했다. 근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개봉지원에 두 번 떨어지면서 한 번의 기회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였던 작년 2023년 상반기 영진위 개봉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5천만 원의 지원금으로 개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영진위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개봉지원, 제작지원 사업은 매년 변동이 있다. 내년에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 부분들은 예의 주시하고 계셔야 할 것 같다. 감독님들도 영진위의 사업 접수 관련 공고나 결과 문서 같은 것들을 차분하게 훑어보면서, 어떤 식의 흐름인지 알고 있는 게 실질적으로 배급을 진행할 때 도움이 될 거다. 퍼스트링크에 자리하는 제작자로서의 마음가짐 김: 배급사들은 대체로 명확한 태도를 취하는 것 같다. 그분들은 이미 영화를 다 보고 창작자들을 만나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주의 깊게 잘 들어봤으면 좋겠다. 내 영화를 배급하고 싶다고 하면 왜 그런지 묻자. 또 배급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관련 조언을 해줄 수도 있으니 15~20분 정도 되는 미팅 시간 동안 궁금한 부분들은 다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진: 덧붙여 말하자면 배급사와의 미팅은 어쩔 수 없이 상업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작품을 상품으로 대하는 데에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마음을 먹지 않으면 당황하실 수 있다. 그 자리는 내 영화를 상품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배급사는 수많은 경쟁자, 경쟁작 중에 내 영화를 ‘사는 것’이다. 영화를 상품으로 본다고 생각하고 있어야 나중에 트러블이 안 생긴다. 너무 감성적으로 다가가려고 하면 나중에 서로 불편해질 수 있다. 그러니 너무 마음에 상처받지 말고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김: 감독님들 대부분 지금은 자기 영화에 대해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마치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듯이. 하지만 감독님이 낳았더라도 그 아이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거다. 내가 몰랐던 내 아이의 장점을 오히려 남이 알아줄 수도 있고, 또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단점을 객관적으로 봐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지금 만나는 모든 배급사는 감독님들의 조력자라고 생각하시면 좋겠다. 독립영화 메인 관객층 = 2030여성? 이제 아닐 수도 현장 질문1. 대부분의 문화 콘텐츠가 2030 여성이 소비의 주축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진: 2030 여성 층은 영화제에서 ‘빨리 힙하게 보는 것'을 선호한다고 본다. 이후 영화가 실제로 개봉하면 아주 크게 지지하는 팬덤이 아닌 이상 굳이 다시 소비하지 않는다. 이미 그들은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다 봤다. 굳이 개봉 후에 또 이 영화를 찾아서 볼 필요성을 못 느낀다. 올해 최고의 히트 예술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홀로코스트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극영화지만, 지금 관객은 팝아트를 소비하듯이 되게 어려운 실험 예술 영화를 소비하고 있다. 다만 이것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타겟층이라는 게 예전에는 1년 주기로 변화했다면 지금은 한 달 주기로 바뀌는 것 같다. 배급사는 물론, 창작자들도 이 급변하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할 것 같다. 배급사 미팅 이후 감독에게 남는 숙제, 최종 편집 현장 질문2. 배급사와 미팅 후에 편집을 바꾸게 되는 경우가 있는지, 그런 과정이 감독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김: 개봉 전까지 바꾸면 된다. 아마 배급사의 성향에 따라 영화제 버전보다 조금 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개봉 버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감독님 영화이니까 감독님 마음에 들 때까지 편집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단 해당 배급사와 같이 일을 하기로 한 만큼, 조금은 유연하게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만약 무조건 관객 수를 많이 나오게 하고 싶어 하는 회사와 하기로 했다면 감독님의 개인적인 방향과는 안 맞을 수 있지만, 이미 진행하기로 한 이상 배급사의 생각과 방향을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배급은 데이터 싸움 현장 질문3. 예상 관객 수 계산하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진: 개봉하는 영화는 다 봐야 한다. 관객이 어떤 영화에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각 영화들이 개봉했던 과정들도 계속 팔로우업 해야 한다. 그러면 ‘이 영화가 가진 힘에 비해 관객이 좀 적게 들었다’, 혹은 ‘많이 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약간의 정보 수집과 분석 루틴이 생기면 쌓인 데이터를 보고 유추가 가능해진다. 꾸준해야 하는 작업이다. 저는 제가 개봉시키는 작품 없어도 매일 12시에 통합전산망(www.kobis.or.kr)을 본다. 어제 통합전산망 1등 영화가 뭔지 아시는 분 계시나? 보셔야 한다. 아셔야 한다. 이건 데이터 싸움이다. 자리를 마무리하며 김: 앞서 이야기 나온 것처럼 영화제 상영은 장단점이 있다. 그래도 일단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면 배급사가 관심을 갖는다. 관객들 사이에서도 계속 회자되는 게 있기도 하고. 사실 그게 좋은 거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계속 영화를 찍으려고 하지 않나. 감독님들 모두 이번 영화 잘 개봉시키셨으면 좋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