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배급아카데미 5기] 같은 것을 좋아하는 마음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선 | 2024.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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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인디그라운드 배급아카데미 5기] 같은 것을 좋아하는 마음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선 - 인디그라운드 배급아카데미 5기 수료생 정해미 -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광고 전공생. 여전히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새로운 동료를 얻어가는 것에 마냥 기쁜 사람 삼년 간 학교에 다니면서 줄곧 ‘우리’의 목표는 어떠한 성취가 아닌 회사의 이름이었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 잠깐 다녔던 학교에서도 물론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술대학교에 오면 별다른 낭만이라도 있을 줄 알았지만 광고에 별 수가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무척 바쁜 과제와 팀플, 알바에 이리저리 치이다 인디그라운드에 발을 들이면 미세하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물론 무더위와 심각한 인파로 무장한 명동 거리 속 천국 같은 공간이기도 했고요. 매주 목요일, 새롭게 맞이하게 된 ‘우리’는 인디그라운드에 모여 간단한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열심히 수업도 들었습니다.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배급이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독립영화의 배급과 홍보마케팅에 대해 단계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커뮤니티 시네마와 임팩트 프로듀싱이라는 부가시장에 관해서도 간단히 살펴보는 것으로 강의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두 번 정도의 수강생 네트워킹 시간이 있었고, 팀을 꾸려 미개봉 독립영화의 홍보마케팅 기획안을 작성하는 실습도 가졌습니다. 기획안을 작성하는 과정은 마치 이정표 없이 떠나는 모험 같았습니다. 미개봉작을 미리 보고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미리 구상하는 일을 하려니 처음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럴 때 처음엔 관객으로서 작품을 관람하고, 두 번째엔 마케터로서 작품을 분석하며 관람한다는 성혜인 시네마달 홍보팀장님의 말씀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품에 관한 정보와 평가가 많지 않아 팀원들끼리 스스로 작품을 분석하고 포지셔닝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해당 작품의 경우 감독님이 하시는 말씀에서 관람 포인트가 많다고 판단하여 두 번째 관람 시에 인상 깊은 구절을 모두 발췌한 ‘구절노트’를 만들어 적재적소에 쓸 수 있게 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현업에서는 재개봉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미개봉작이기 때문에 미개봉작으로 실습을 진행한 것 역시 어려웠지만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수업 중에서는 후반에 진행한 임팩트 프로듀싱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광고를 전공해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고 움직이게 만드는 캠페인 기획서를 자주 접하기도 하고, 관련한 수업도 많이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임팩트 프로듀싱의 첫 소개에서부터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한 영화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게 하는 활동임과 동시에 영화의 주제에서 파생되어 하나의 독자적인 프로젝트가 된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느껴졌습니다. “영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는 활동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세 달 안에 이 일련의 과정을 수행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수료식까지 무사히 마친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참 알찬 시간들이었습니다. 매번 수업을 들을 때마다 두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필기하던 수강생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이런 생각을 한 것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니었겠구나 확신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면 “이번 수업 너무 재미있었다”며 엄마, 오빠,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려 자랑(?)하느라 시간이 다 갔던 것 같습니다. 배급아카데미 수업은 도합 17년 정도를 책상 앞에 앉아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였던 저의 인생에서 가장 집중도가 좋았던 수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덕분에 좋아하는 것을 배운다는 게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저는 좋아하는 것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도요. 정태원 영화사 진진 차장님께서 영화 일을 하다 보면 모두가 운명론자가 된다고 농담 삼아 하셨던 말씀을 인용하여 말하자면, 제게도 배급아카데미는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스무 살 때부터 줄곧 영화 홍보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말해온 제가 이런 좋은 배움의 기회를 얻게 된 것도, 대학교에서 다큐멘터리 수업을 듣고 있던 제가 때마침 멋진 다큐멘터리의 마케팅 기획안을 작성해볼 수 있었던 것도, 무엇보다 이렇게 좋은 동료들을 알아갈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예정되어 있던 운명처럼 느껴집니다. 끝으로 수강생들 앞에서 저를 소개하는 자리가 오면 저는 항상 “제가 왜 뽑혔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곤 했는데요. 지금에 와서는 그런 소개들이 꽤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는 좋아하는 마음 그 자체였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요. 중요한 건 마음의 크기가 아니라 그 마음이 언제든 더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인 것 같습니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마음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인 인디그라운드는 제 인생의 필연과도 같은 공간이었다고 이야기하면 그건 너무 과장 섞인 문장 같을까요? 그래도 앞으로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해나가는 데 있어 필연적으로 머물러야 했던 공간임은 틀림없습니다. 2024년 여름을 인디그라운드와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럼 저희는 또 운명처럼 만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