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배급아카데미 5기] 우리가 믿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 2024.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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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인디그라운드 배급아카데미 5기] 우리가 믿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 인디그라운드 배급아카데미 5기 수료생 김은송 - 에무시네마 1관 E1 좌석을 좋아합니다. 가끔 빈백에도 앉습니다. 인디그라운드 배급아카데미 5기 모집 공고를 보고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독립영화 관련 강의를 안 들어본 건 아닌데, 배급 수업을 안 들어본 건 아닌데, 마케팅 수업이 여기만 있는 건 아닌데. 그래도 묘하게 ‘인디그라운드’라는 이름에 확신이 있었습니다. 첫 수업으로 인디스페이스 원승환 관장님의 수업을 들을 수 있던 건 지금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포문을 여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독립영화 유통배급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주셨는데, 영화를 하나의 유통 대상이자 상품으로 바라보는 안경을 새로 맞추는 기분이었습니다. 소비자인 관객의 관점에서 공급자의 역할로 마음가짐을 다시 잡을 수 있던 시간이 있었기에 이어지는 트리플픽쳐스 강기명 대표님의 수업에서도 배급의 과정과 실무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지나가면서 들었던 ‘손익분기점’, ‘부금’. ‘객단가’, ‘’편성’. ‘판권’ 등의 용어가 산업에서 어떤 맥락으로 쓰이는지 그 정확한 뜻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실제 데이터와 숫자를 가지고 직접 정산 과정을 배우면서 조금은 막연하게 느껴졌던 ‘배급’이라는 단어를 체득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어 홍보마케팅에 대해 필앤플랜 조계영 대표님께서 열정적인 강의를 이어가 주셨습니다. 다른 업계의 마케팅과 영화계의 마케팅의 차이부터 시작해 이론부터 실제 예시까지 정말 부분부분 살펴보며 설명해 주셨습니다. 지금껏 본 포스터, 카피, 예고편, 시놉시스 그 모든 게 다 이렇게까지 세밀하고 계산적인 움직임에서 나온 창작물인지 부끄럽지만,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특히 직접 작업하신 여러 영화의 마케팅 기획안의 초고 버전, 피드백 반영 후 수정 버전, 최종 버전 등 시간 순으로 보여주시며 고민의 과정과 점점 완성되는 디테일을 짚어가며 보여주셨는데 저는 아마도 이때 ‘설득하는 일’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스스로 업계에서 어떤 전문성을 기르고 싶은지 그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수업입니다. 가장 최신의 개봉 케이스스터디를 배급사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커리큘럼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네마달 성혜인 홍보팀장님께서 직접 배급 홍보마케팅 기획서의 중요성과 실제 작성하는 방법, 단계별 유의해야 할 점을 짚어주셨습니다. 조별 과제를 하면서도 ‘그때 뭐라고 말씀하셨지’하고 실제로 가장 많이 그날의 필기를 들추어봤던 수업이었습니다. 영화사 진진의 정태원 부장님께서도 맡았던 영화 한 편 한 편 어떻게 처음 만나 배급을 확정했는지, 실제로 개봉하기까지 어떤 지난한 과정들이 따라오는지 가감 없이 나누어 주셨습니다. ‘개봉’이라는 목표에 동반되는 수많은 현실적인 움직임과 그 치열함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한편,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더 나아가 삶 속에서의 영위하는 영화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굉장히 귀한 시간이었다고 느껴집니다. 하시내 프로듀서님께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중심으로 한 임팩트 프로듀싱을, 김남훈 이사장님께서 커뮤니티 시네마에 관한 사례를 소개해 주셨을 때 항상 고민하면서도 추상적이고 이상적으로 남아있던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영화를 보고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기회’라는 개념이 조금은 더 선명하게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그 사실이, 앞으로 저를 또 살아내게 할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강의와 과정을 다정하게 챙겨주시던 인디그라운드 송성호님과 김희영 팀장님, 그리고 김시아 조교님께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 번 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모든 수강생 분들, 또 특히나 각자의 일상에서 시간을 내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과제를 하며 시간을 보낸 우리 ‘끼룩팀’ 모두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힘찬 날개로 부산 바다를 훨훨 날아다닐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한 <아침바다 갈매기는>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누군가 좋아하는 영화 캐릭터를 물어보면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찬실’을 언급하곤 합니다. 많이 닮았고, 앞으로도 여전히 닮고 싶은 인물입니다. 좋아하는 건 분명하게 있는데 그렇다고 당장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것저것 그래도 지금까지 뭔가 한 건 있는 것 같은데 어딘가 한없이 막연한 것 같아서 계속 고민하지만, 결국 어떻게든 영화와 함께 살고 싶어 하고요. ‘찬실’이 모과를 올려다보는 마음으로 10주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달을 보고 소원을 빌고 터널을 빠져나갈 차례인 것 같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