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갑자기 베란다에 갇힌 두 사람, 경량 칸막이의 의미 <재경> | 2023.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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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스크랩은 기사의 일부 내용만 발췌하였습니다. 전문은 하단의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갑자기 베란다에 갇힌 두 사람, 경량 칸막이의 의미
*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괜스레 마음이 헛헛하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날이 흐린 것도 아니고 끼니를 거른 것도 아닌데 속이 텅 빈 것 같은 기분. 외로움에 속하는 정서다. 외롭다는 감정은 홀로 된 이후에야 느낄 수 있는 마음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후에 그 빈자리의 공백을 크게 느끼게 될 때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가 내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그가 귀찮게 하던 행동이 이제 내 곁에 머물고 있지 않으며, 그로 인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공기가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끼게 될 때. 영화 <재경>은 함께 지내던 이들을 모두 내보내고 난 뒤에 남겨진 이가 느끼게 되는 쓸쓸한 감정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시작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던 재경(고유준 분)에게 어느 날 갑자기 두 사람이 불쑥 찾아오면서부터다. 집을 구할 때까지 딱 일주일만 머물겠다고 했으면서 3주가 지나도록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아는 동생 성우(김용삼 분)와 남자친구와 싸우고 집을 나왔다는 친동생 지원(박지원 분)의 갑작스러운 방문. 전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당연하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재경은 화가 치밀어 오른다. 사사건건 싸우고 부딪히고 세 사람. 재경과 두 사람은 물론, 이 집에서 서로 처음 만난 성우와 지원 역시 서로 조금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집주인 재경이 집을 비운 어느 날, 성우와 지원은 함께 빨래를 널다가 베란다에 갇히고 만다. 문을 열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대화를 통해 극 중 인물 모두가 마음 한편에 커다란 공동(空洞)을 가진 이들이라는 것을 서로가 알게 된다. / 조영준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