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막 접어들 무렵에는 꼭 악몽을 꾸었다. 서울에 올라온 지 4년. 춘천을 떠나오면 끝날 것 같았던 악몽은 계속되었다. 이 악몽에서 깨고 싶었다. 그 때 문득, 춘천이 생각났다. 엄마가 생각났다. 참 오랜만에 나는 다시 춘천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엔 여전히 4년 전과 똑같은 삶을 사는 엄마가 있었다. 머릿속에 오로지 ‘열심히’ 라는 단어밖에 모르는 엄마. 그런 엄마를 보는 것이 싫으면서도, 나는 계속 그녀의 삶을 지켜보고 다가간다. 아주 긴 시간을 돌아서 나는 ‘엄마와 나는 왜 이렇게 됐을까’ 라는 질문 앞에 선다.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며 나는 ‘엄마’를 ‘엄마의 엄마’를 그리고 그들 안의 ‘나’를 마주한다.
연출의도
처음 이 영화를 시작한 것이 2012년, 가을이었다. 무작정 카메라를 메고, 엄마를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때는 왜 내가 엄마의 이야기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었다. 그냥 ‘엄마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아서.’ 라는 막연한 이야기로 대답을 뒤로 미루기만 했었다. ‘엄마’를 더 이상 피해야 하는 존재, 알고 싶지 않은 존재로 묻어두기에 그 때의 나는 엄마에게 무척이나 위로를 받고 싶었다. 한 시간 가까이 그 날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엄마가 나에게 바란 것은 ‘우리 잊어버리자.’ 라는 말이었다. 그 말에 마음이 아려 눈물이 흘렀다. 엄마를 이해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그 상황을 나는 어찌하지 못했다. 왜 우리는 서로를 이렇게 아프게 하고, 미워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