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 지리나는 어릴 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생긴 과민대장증후군 때문에 매일 극심한 배변 문제를 겪고 있다.
수업시간만 되면 배가 아파오는데,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화장실에 간다고 말하지 못한다. 결국 자신의 코를 주먹으로 가격해서 코피를 낸 다음 양호실에 가는 척 하고 만다.
태풍이 몰아치는 기말고사 당일, 리나는 아침에 늦잠을 자서 화장실을 못 간 채로 시험을 치른다. 시험 도중에 리나의 장 속 똥들이 몸부림을 치게 되고 리나는 시공간이 뒤틀리는 듯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그 순간, 자신이 만들어낸 공간에 놓이고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이내 모든 두려움과 고통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것임을 깨닫고 각성하게 된다.
Review 색과 안경을 더한 결합어가 쓰일 만큼, 주위가 어느 볕으로 보이는지 중요하다. 리나의 사방은 복통이 일 때마다 온통 빨강이었다. 있는 칸마다 매달리던 치뜬 눈알과 친구들의 비아냥은 세기가 차차 커졌다. 어느덧 배가 쑤셔와도 버티는 게 일과가 되었다. 리나에겐 몸이 찌른 급한 신호보다 곁의 킬킬댐을 해명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과민대장증후군이 리나가 가진 질환이다. “기질적 이상 없이 만성적인 복통”(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 정보)이 그 정의이다. 그러니까 리나는 원인이 아니다. 영화에서 거대하고 흰 리나가 속삭인다. “눈을 떠. 널 괴롭히는 건 타인이 아닌 너 자신이 아닐까?” 슬프지만 리나의 볕은 본인이 빨강이 낭자하도록 둔 것이었다. <과대증 소녀>는 나의 잘못이 아님에도, 꾸룩이는 앓음을 외면해온 일에게 한 보씩 딛게 돕는다. 리나가 수호를 주도하는 입장에 서는 끝 역시 다정하다. 아픔을 속이지 않도록 타자의 욱신임을 즉각 환한 빛으로 소화시키는, 리나가 얻게 된 효험도 경쾌하고 좋았다. 모두에게 있을 수줍고도 씩씩한 리나가 더 만연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관객기자단[인디즈]_김해수
연출의도
우리 사회의 병적 요소인 강박과 불안이 만드는 개인적인 고통에 대한 공감이야기이다.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불안과 강박의 생각들은 생활 곳곳에 침투하여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극한의 상황 속에 주인공 리나는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되고 그 실체를 직시한다.
고통을 승화시키는 주인공의 성장기이며, 남을 돕는 초능력자의 탄생은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