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괜찮은지 알고 싶어”
이사를 준비하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정원과 상우 부부
다정하고 든든한 이모와 이모부
10년 전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엄마와 동생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말하고 싶지 않았던 정원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고
평화롭던 가족들의 일상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Review 탄로의 뜻말은 시작
말하지 못한 비밀은 누구에게나 있다. 설령 나와 결혼한 사이여도 영원히 묻고 싶은 비밀들 말이다. 그것이 나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더라도. ‘정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는 평온히 지속되던 일상을 단절시켰다.
성폭력 피해자 진술 조사라는 명목하에 나열된 질문들은 철저히 사건을 주목한다. 진실을 규명하고, 가해자를 특정하기 위한 조사. 그 가운데에 피해자는 없다. 피해자는 사건을 재조명할 수 있는 열쇠로서 존재할 뿐이다. 10년 전부터 현재까지 고통을 받는 사람은 그 일을 겪은 ‘정원’과 그의 가족들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줄 안다. 묵혀두었던 모든 것을 털고 젊은 부부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 갈 준비를 한다. 다시는 연고가 없을 줄 알았던 본가의 밥상에 숟가락을 차린다. 미웠던 동생의 얼굴을 보며 잔미소를 지어 보인다. 비밀은 유실되었으나, 변한 것은 없다. 함께 밥을 먹고, 바다를 보며 산책을 하고, 가족끼리 담화를 나눈다. 들추지 못했던 비밀보다 중요한 우리를 놓치지 않는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이현지
연출의도
10년 만에 범인이 붙잡혔다는 것은, 피해자 역시 10년 만에 그 사실을 다시 삶에 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 영화는 범인이나 사건 그 자체보다는, 사건 이후를 살아가는 피해자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랜 시간 지속된 내면의 상처를 이야기함과 더불어 과거의 사건을 비밀로 묻어뒀던 주인공이 자신의 상처를 온전히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서, 살면서 매 순간 닥칠지 모르는 고통을 감내해내며 살아야만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결코 회복되지 않을 상처라고 생각했던 주인공이 희망을 향해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