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하와이라 불리는 제주도에는 해방직후 미군정의 통제하에 "4·3"이라 불리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당시 섬 전체 인구 약 10명중 1명꼴로 희생되었다. 대량학살의 광풍에서 살아남은 어린이들이, 70년의 세월이 흐른 후 그날의 기억을 애니메이션으로 증언한다.
Review 끔찍했던 제주의 4·3 사건은 피해자들의 그림으로 승화된다. 투박하고 정겨운 그림체는 그들이 살기 위해서는 잊어야만 했던, 아픈 기억들을 담고 있다. 실제 자료 영상과 교차 편집되는 영화는 잔혹했던 사건은 그림으로 그려내고, 피와 살인과 같은 힘겨운 이미지들은 프레임 밖으로 밀어낸다. 그림을 그리고 말하는 행위를 통해 피해자들은 묻어뒀던 일을 표현하고, 고통을 나누며 치료한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피해자들에게 트라우마의 완화로 작용하는 한편, 행위 자체의 반복이 될 수도 있다. 그림을 그림으로써 이들은 4·3을 상기하고, 다시금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것까지도 염려한 것인지, 영화는 무당을 통해 그림 속에 남아있는 이들을 성불시킨다. 영화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영혼 모두를 꼼꼼하고 따뜻하게 위로한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임다연
연출의도
관광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 제주에는 약 70여 년 전 “제주 4·3”이라 불리는 국가폭력으로 자행된 민간인 학살로 인해, 가족과 이웃을 잃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강압하는 군경과 저항하는 무장 대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민간인들. 특히 이념과 상관없이 엄마 손을 찾던 아이들이, 눈앞에서 가족을 상실한 후 70년의 세월이 흘러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못한 제주 4·3의 정명(正名) 문제는, 현재도 대립하는 이념 사이에서 부유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상실을 겪은 이들의 삶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다만 70여 년간 발화되지 못한 말들을 귀담아듣고, 그들이 목격한 것을 그림으로 옮겨 담으며, 가만히 주름진 어린 손을 카메라로 응시한 채 시간을 거슬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