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하나 둘 멈추어 가는 세상에서,
은애는 강아지 몽이와 떠돌아 다니고 있다.
멈춘 거리를 돌아다니던 그녀는 어릴 적 기억과 마주하고,
한 폐허에서 멈추지 않은채 은애를 기다리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연출의도
이 영화는 한 사회면 기사로부터 출발했습니다.
고시원에서 홀로 살던 한 여자가 위중한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지고, 잠깐 의식이 돌아온 여자는 카스테라를 먹고 싶다고 합니다.
누군가 사다 준 카스테라를 맛있게 먹고 여자는 바로 세상을 떠납니다.
여자의 마지막에 마음이 아팠던 한 경찰이 수소문 끝에 여자의 가족을 찾아냅니다.
외국에 살던 여자의 언니는 소식을 듣고
서럽게 울면서 동생을 데릴러 가겠다고 경찰에게 말합니다.
이 짤막한 기사는 여기서 끝이 나지만,
우리는 이 여자에게 은애라는 이름을 붙이고 한 외로운 삶을 영화로 꾸려나갔습니다.
죽음, 고독, 삶의 희망과 절망을 담은 모든 인생의 자맥질.
우리는 은애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우리를 묻습니다.
무엇을 잊고, 무엇을 잃고, 무엇을 갖고,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우리는 진정 살아있는 것인지.
우리의 삶은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이 영화의 희망은, 영화 안이 아니라, 영화 밖 우리의 삶에 있습니다.
영화의 ‘은애’에게는 닫혔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열려져 있는 삶의 문 앞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고, 살아있기에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될 이름 모를 당신께.
당신 마음속 깊이 단단히 굳은 곳.
이 영화가 그곳에 닿아, 당신과 함께 울어줄 수 있다면,
당신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극장을 나설 때, 쏟아지는 햇빛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다면.
그것이 이 세상에서 당신 단 한 사람뿐만 된다고 해도, 우리는 감사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영화와 내 삶 전체가 단 하나만을 당신의 마음에 남기기를 바랍니다.
사랑, 사랑의 소망.
섬•망(望)은 이를 향한 간절한 기도이자, 그 기도로 써낸 한 편의 시詩입니다.
이 시는 기도합니다.
세상의 은애들, 고독한 섬인 나와 당신 모두를 위해서
지금도 기도합니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2022)
감독작품경력
[섬.망(望)](2022)
[기억할 만한 지나침](2018)
[이름없는 자들의 이름](2016)
[그저 그런 여배우와 단신 대머리남의 연애](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