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와 친구 중 누군가를 잘라내야 한다”
한양중공업 4년차 대리 ‘강준희’는 인사팀 발령과 동시에, 150명을 정리하라는 구조조정 지시를 받는다. 하고 싶지 않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일이라며 준희와 인사팀은 정리해고자를 선발하게 된다. 작업이 진행될수록 회사의 입맛대로 해고 대상자가 추려지면서, 준희는 해고자 명단에 존경하는 선배와 절친한 친구, 둘 중 한 명의 이름을 올려야만 한다.
연출의도
기업에서 구조조정을 시행하면, 외부에선 노-사 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의 시점은 다르다. 명령을 내린 주체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채 지켜볼 뿐, 결국엔 노동자들 간의 갈등만이 생길 뿐이다. 각각의 위치와 역할에 따라, 그저 최선을 다해 살 뿐인 각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다. 그 후에 남는 것이라곤 산산이 조각나 버린 직원들 간의 유대와 살아남았다는 일말의 안도감뿐이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자본의 거대한 힘 앞에서 노동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패배하게 된다. 노동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들은, 주로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싸우는 형태로 그려져 왔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의 실행자로서, 그저 자신의 해야 할 일을 할 뿐인, 인사팀 노동자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구조조정 과정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 시대 노동 환경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