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아파트 소유의 꿈을 이루었지만 무리한 대출 이자로 하우스푸어가 된 선옥. 집을 다시 팔고자 하지만 세입자 자현으로 인해 쉽지 않다.
Review 영화의 첫 컷은 정면에서 비추는 무표정의 선옥이다. 그가 걷고 있는 빼곡한 주택 단지와 뒤로 보이는 울창한 아파트 단지의 이질적인 풍경은 영화의 넓은 화면에서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현실이다. 아파트 단지 앞에서 로우 앵글에 들어온 선옥은 자가로 마련한 집을 가리키며 지인들에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들은 선옥이 뒤를 돌자마자 수군댄다. 선옥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온다. 무리한 대출금으로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선옥에게 아파트는 눈에 들어올 수 없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몇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 한때는 단란한 가정의 꿈을 꿨던 선옥은 집을 소유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집은 더 이상 가족의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남편과의 대화는 매번 대출금과 이자 문제로 자주 다투기 일쑤다. 선옥은 실질적 소득이 줄고 집을 유지하는 부담으로 아파트를 다시 팔고자 하지만 세입자와 갈등을 빚는다. 그의 문을 애타게 두드릴 뿐이지만 정작 선옥은 자기 집 문을 열어줄 수 없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선옥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영화는 이중적인 선옥의 모습을 만들어낸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떠올려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