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전 여자 친구 승윤의 문자를 받고 모텔로 향한다. 모텔에서 승윤이 남기고 간 아기
를 발견한 남자는 자신의 아들이라 생각하며 아기를 키운다. 어느 날, 직장 동료들이 승윤
을 동네에서 봤다는 말에 남자는 아기와 함께 승윤을 찾아간다.
Review 어느 날 헤어진 전 애인 ‘영주’의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목적지인 모텔로 향했을 때, 남자는 그곳에서 너무 뜻밖의 새 생명을 마주친다. ‘이준’은 그렇게 남자의 생활로 뚝 떨어지듯이 들어온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존재이지만 출근 전, 퇴근 후, 영주를 찾아가는 길, 또 뜻밖의 고백을 듣고 영주와 헤어지는 그 모든 시간과 길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모두 동행한다. 남자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여린 생명을 그토록 애타게 끌어안는 이유는 어쩌면 오히려 너무 단순하게도 그게 영주가 남긴 사람이기 때문. “오빠가 맡아서 키우면 좋을 것 같았다.”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영주의 말에도 차마 미워할 수 없는 마음이 드는 건 영주가 필요에 의해 남자를 골랐듯이 남자도 자신의 필요에 의해 영주를 찾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부디 내 귀가 되어줘. 내 가족이 되어줘. 나에게 없는 마음과 자리를 채워줘. 가장 이기적이고 동시에 가장 보편적이라 미워할 수 없는 우리 사랑의 원형들.
*관객기자단[인디즈]_김윤정
연출의도
소도시 ‘영주’에서 친구와 술자리를 가지다 청각장애인들이 퇴근 후 삼삼오오 모여 수어로 열심히 그날의 애환을 털어놓는 것을 목격했다.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그들과 나의 삶의 유사성을 그들의 격렬한 수어를 통해 알게 되었다. 분명 같은 감정을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비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떠한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아직도 일상에서 지워져 있는 장애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담하게 담아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