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은 송현애는 제주로 이주하고 비건적 삶을 실천하기 시작한다. 시작은 버터였다. 좋아하는 버터를 먹기 위해 제주의 재료들로 비건버터를 만들고 농부 장터에 들고 간다. 비건버터가 인기를 끌자 송현애는 당황한다. 자신에게 집중하려던 송현애의 비건적 삶은 제주의 모든 것들과 차례로 연결되고, 가을 밭 한 가운데에서 특별한 만찬을 준비한다.
Review <비건 식탁>은 다른 존재에게 해를 끼치는 일로 자신을 채우고 싶지는 않은 한 개인의 이야기다. 영화는 비거니즘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삶의 방식을 찬찬히 따라가 본다. 주인공은 서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상처를 입은 뒤 제주에 내려와 살고 있다. 자신이 필요해서 만들기 시작한 비건 버터가 점점 알려지며, 다른 이들에게 소개할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비건 버터를 통해 사람들과 다시 마주하고 이야기하며 주인공에게는 또 다른 삶이 열렸다.
먹는 일은 채우는 일이다. 내가 먹는 것으로 허기가, 피와 살이, 일상이 채워진다. 먹는 것뿐 아니라 입고, 쓰고, 포장하는 일까지 어떤 과정과 희생으로 채워지는지. 맥락이 삭제된 채 차려진 식탁과 제품들을 보며 종종 잊고 만다. 영화는 미완의 주인공을 화면으로 불러와, 완제품을 볼 때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 삶은 어디에 연결되어 있고,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관객기자단[인디즈]_김진하
연출의도
주변의 많은 벗들이 ‘삶의 태도로서의 비건’으로 살거나 지향하게 된 것은 물길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면서 담담하고 치열하게, 건조하고 아름답게 사는 삶의 선택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런 때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당신에게 보내는 ‘초대장’이기도 합니다. 이 세계로 건너오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