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낮, 어떤 바닷가. 여느 때처럼 여러 고양이가 여유롭게 노니는 땅. 그곳을 삶의 전부로 삼고 있는 한 부부가 뭍에 올린 한 척의 배를 두 사람의 힘만으로 해체하려고 한다. 점차 도려지는 선박 사이에는 불꽃과 연기로 빚어진 노동만이 아니라 사려 깊은 거리감으로 마주한 인간과 고양이들의 생도 함께 존재했다. 서로를 지켜보며 지켜온 인간과 작은 생명들은 그렇게 함께 살아가고 있다.
연출의도
선박 해체 작업을 기록해드리고자 무작정 찍어낸 영상에 담긴 것은 담담하게 쉼 없이 일하는 부모님의 등과 점점 작아지는 배의 조각들뿐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두 분의 주변에는 항상 고양이들이 자리해 있었다. 담장 안의 좁은 구역일 뿐이었지만, 그 땅은 작은 존재에게도 커다란 인간에게도 모든 것, 모든 곳이었다. 둘 뿐인 척박한 바닷가 공터에서도, 세계와 연결되지 않은, 관계 없는 삶은 없었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2023 국제해양영화제(2023)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022)
감독작품경력
[해체: 바다의 몸](2022)
[건설 유니버스의 어떤 오류](2020)
[거대 생명체들의 도시](2018)
[FREE!](2018)
[모자(母子)란 기억](2017)
[내동공간(來同空間), 남동공단](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