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물의 삶을 따라가며 밝고 따뜻한 탄생을 시작으로 성장, 연애와 결혼을 지나 소중한 사람의 상실 등 인생의 높고 낮은 과정을 인물의 집과 소지품을 통해 지켜본다.
Review 결혼한 부부에게 아이가 생긴다. 영화는 기나긴 타임랩스와 스톱모션을 활용한 애니메이션으로 아이가 자립해서 집을 떠나가고, 사랑하는 동반자를 상실하기까지 일련의 시간을 담아낸다. 이삿짐과 함께 들어서는 신혼집에는 시간의 그늘이 층층이 쌓인다. 공간을 이루는 것들은 카메라의 움직임에 맞춰 빠르게 변화한다. 점점 꺼져가는 케이크 위의 촛불처럼 온 가족이 마주 보고 밥을 챙겨 먹는 일은 잦아든다. 도시를 비추는 야경도 서먹한 잿빛의 공기로 저물어간다. 공존하던 가족 구성원의 목소리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올 뿐이다. 빛나는 야광 스티커가 붙은 천장을 올려다보던 카메라는 그렇게 후반부에 들어서 또 한 번 위를 올려다보는 순간에 다다른다. 더 이상 빠르게 변화하는 것도 없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인물을 변화시킬 만한 이야기도 없는 것 같다. 서서히 잠겨가는 고독한 시간 속에서 우리가 두고 간 것(What We Leave Behind)은 무엇일까. 영화는 단란하고 활기찬 시간을 지나 수많은 애환, 고뇌, 절망, 회한, 공허의 공간으로 흘러간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조영은
연출의도
집과 방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은 한 사람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방의 모습을 통해 직접적으로 사람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상황과 환경을 유추하며 스토리텔링이 가능한데, 이것을 이용하여 집이라는 공간으로 한 사람의 삶을 영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