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하는 사이가 봉합사로 느껴질 때가 있다면, <선우와 익준>의 대화에 필히 참석해야 한다. 유난한 일이 없어도 상대를 마다하고 싶은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까. 선우와 익준은 공동 연출을 맡은 영화로 그 말문을 연다. 둘은 일방향의 작별을 고한 인물인 수인을 보는 견해부터 차이를 빚는다. 선우는 인물의 편에서 설득하고, 익준은 그의 외면을 탓한다. 겨우 정돈된 분분한 마음은, 배우들의 의문으로 금세 복기된다. 묘하게도 수인 역 배우는 수인이 ‘비겁’하다며 익준과 동일한 말을, 재석 역 배우는 수인의 마음이 읽혔다며 선우와 닮은 말을 한다. 이를 통해 둘은 설득보다 내밀한 마음이 선행될 필요에 관해 알아간다. 작별은 길게 서술되어도, 삼켜도 똑같이 의아할 수 있으므로. “떠나지 않고 끝이 올 수 있지”. 선우의 이 말이 영화를 대표한다고 느꼈다. 사랑한다면 미움에 대해서도, 설령 지연되었다 해도 꼭 게워내야 한다고. 리테이크(Retake)가 없는 영화는 없다. 영화의 완성을 높이려면 숱한 ‘다시’가 필요하듯이 말이다. 때론 그 동여맨 마음을 뜯어야, 사이와 나를 더 튼튼히 봉할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