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소연의 집에 집들이를 간다. 늦게 도착하는 또 다른 친구 보영을 기다리면서 정희와 소연, 소연의 남편 강석은 정희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설전을 벌이게 된다.
Review 예민은 어느덧 은닉해야만 되는 성질이 되어간다. 그럼에도 정희는 기꺼이 예민하려 애쓴다. 나 역시 정희의 편에서 살아가고 싶다. 얼기설기 놓인 사랑도, 안부도 그래야만 집어 기울 수 있으니까. 정희는 소연과 강석의 집에서 집필하던 인물인 힘찬에 관한 의견을 구한다. 강석은 힘찬의 탈선을 들으며 ‘일반’의 행동이라며 동의하다가, ‘N번방’의 동참 가능성에 대해선 과하게 부정한다. 강석이 남성이란 성별의 무해에 관해 설명할수록 정희와 영화를 관람한 우린 의아할 수밖에 없다. 여성 혐오 범죄는 만연히 일어나며, 그 인과를 부정해도 소거되지 않으니까. 강석은 남성의 집단에서 사실을 학습한 인물이다. 영화는 문득, 우리에게 알린다. 배제가 습성이 되는 일은 포자가 배양되듯 살금살금 일어난다고 말이다. 그러니 힘껏 애쓰는 게 옳다. 세계의 통증에 무감해도 될 사람은 없다. 영화의 제목은 미완으로 끝이 난다. 자라서. 힘찬이는 자라서 어떤 성년이 될까. 사과를 무르지 않는 힘찬이, 손을 꼿꼿이 들고 언어와 맞선 주영, 외면하지 않고 휘슬을 불며 뛴 정희, 서사의 이후에 관해 물은 소연. 이러한 ‘우리’로 영화가 닫혔기에 힘찬이의 장래를 다소 애틋한 염려로 응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