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계속해서 유리창에 부딪히고, 인간은 그것을 막기 위해 수집, 측정, 분석을 한다. 현실을 관찰하고 인식하고 재현하려는 시도들은 미술, 영화, 매체의 역사에서 꾸준히 발견된다. 인간과 새는 같은 세상을 보고 있을까? 나와 타자는 과연 같은 이미지를 볼 수 있을까?
Review 쓰러진 새의 이름을 알려주세요.
고속도로를 지나가다 투명 벽에 붙여진 검은 새의 스티커를 본 적이 있다. 드문 드문 나타나는 새의 그림자는 눈동자에서 어색하게 움직였다. 불현듯 궁금했다. 저 벽에 부딪히는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버드세이버보고서 제 2장에서는 조류충돌방지 장벽으로 인한 새들의 죽음을 공표한다. 충돌되어 쓰러진 새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이름을 알려주세요’ 문구로 대신하여 누워있는 새들은 화면 너머로 끝도 없이 쏟아진다. 이를 막고자 만들어진 제작 카드 ‘새를 구하자’ 사용법은 끔찍하리만치 단순하다.
일. 사체 옆에 특수 카드를 두고 사진을 찍으며 새의 크기를 확인한다.
이. 사체 옆에 특수 카드를 놓고 사진을 찍으며 새의 색깔로 분류한다.
삼. 사진을 찍을 때는 충돌 현장 옆으로 초점을 맞춘다.
본래 새는 시력이 인간보다 좋고, 또 시야가 더 넓다. 영화 속 새는 시력조절용안경을 쓰고 그 순리를 거스르고 있다. 무엇이 새의 앞을 가리고, 눈을 보지 못하게 막고 있을까. 은닉을 파헤치는 영화는 늘 용감하다. 스마트폰 안에 또 다른 화면. 화면 속에 있는 보고서. 보고서 내부에 자리한 TV. 모든 장면들은 한 껍질씩 표피를 벗고 들어간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 연으로 은닉하려는 모종의 움직임에 굴복하지 않는 것처럼. 새의 죽음을 고발하는 자는 말이 없다. 오늘도 하늘에서는 무수한 새가 내린다. 그 뿐이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이현지
연출의도
이 영화는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1장(2020)의 후속작으로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를 둘러싼 개념적인 논의를 이어간다. 정부 기관과 시민들이 고안한 다양한 과학적 방법론들은 트롱플뢰유, 영화 촬영, 초현실주의, 시각 및 청각에 대한 탐구로 연결된다. 새가 유리에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들은 결국 인간과는 전혀 다른 시각 및 청각기관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있)는 새라는 미지의 인식체계를 이해하려는 시도로 이어지며, 그것은 다시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그리고 그 방식이 변화해온 역사를 살펴보게 한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60회 앤아버영화제 – 심사위원상(2022)
감독작품경력
[이것은 보이는 것과 다르다](2022)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2장](2021)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1장](2020)
[종이접기 튜토리얼](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