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수는 20년이 넘게 생활하던 장애인 시설에서 나와 자립하여 살아가고 있다. 시설에서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는, 시 백일장에서 입상을 하고 뇌성마비 장애인 시집 출간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요즘 시가 잘 써지지 않아 힘들어한다. 취미로 열대어를 키우는 박동수는, 어느 날 수족관에 가서 ‘코리도라스’라는 물고기를 사 온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한참 동안 코리도라스를 바라보다가 잠이 든다. 그리고는 과거에 생활하던 시설에 관한 꿈을 꾼다. 잠에서 깬 박동수는 자신이 써 온 시의 흔적을 찾기 위해 부산의 시설로 향한다.
Review 장애인 시설에서 자립한 박동수 씨는 시인이다. 시를 향한 그의 의지와 역사를 짚어나가는 여정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기억을 드러내기도 한다. <코리도라스>는 그의 움직임과 속도감이 슬픔이라는 맥락만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휠체어의 곁에서 오랫동안 머무른다. 한 바퀴씩 내디디며 사람들과 함께하고 이곳저곳을 누비는 그의 감각이 우리에게 전해진다. 연출자의 말처럼, 그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한다. 세상의 아름다운 면을 관찰하려는 동수 씨의 태도는 그의 시를 경유해 관객에게 제시된다. 그는 사람들과 믿음을 쌓아나가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온몸으로 표현하려는 사람이다. 카메라는 그가 꾸며놓은 방 안의 조명들과 휠체어에게 반짝거릴 수 있는 순간들을 내어주고, 그의 말과 행동을 재촉하는 법 없이 기다린다. <코리도라스>가 박동수 씨를 그려내는 방식은 그가 만들어낸 세계처럼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그런 방식을 통해야만, 그의 아픔을 대상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관객기자단[인디즈]_김태현
연출의도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시’를 쓰며 살아가는 박동수에게 주변 사람들은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정작 박동수는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 어려움은 시설에서 나온 이후에 더욱 심해진다. 영화 <코리도라스>는 박동수가 자신의 ‘시’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한 인간에게 ‘시’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탐구하려 한다. 또한 ‘시’라는 것이 단순히 글자로만 써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여러 순간 속에서 온몸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예술임을 보여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