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다름없이 다투던 중,
마트 주차장에서 ‘수경’이 탄 차가 ‘이정’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한다.
‘수경’은 급발진을 주장하지만,
‘이정’은 고의라고 확신하고 있는 상황.
이제, ‘이정’은 ‘수경’으로부터
마땅히 받았어야 할 마음을 돌려받고자 한다.
각기 다른 사이즈의 마음 대신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세계
Review 새살은 다시 돋아나고, 부러진 뼈도 다시 붙는다. 엄마 수경과 딸 이정은 그런 관계다. 서로를 흉물처럼 대하고도 같은 핏줄을 공유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영화의 사건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운전석에 앉아있던 수경은 이정과 폭력을 동반한 말다툼을 벌이고 난 뒤 홧김에 이정을 들이박는다. 두 사람은 눈앞에서 망가져 가는 관계를 두고도 꼿꼿이 서 있는 것 같다. 죽기 살기로 버티는 것 같지도 않고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벗어나려고도 하지 않는다. 모질게 뱉어낸 말은 도로 삼킬 수 없거니와, 이미 속수무책으로 펼쳐진 재해를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이 영화의 후반부 플래시백은 뜬금없이 과거를 소환한다. 빛처럼 번지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이정은 똑똑히 자신을 박살 냈던 수경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러니 이정은 또다시 자신을 박살 내기로 한 수경의 선택을 용서할 수 없다. 그렇게 수경과 이정을 둘러싼 것들은 전부 파국을 향한다. 두 사람을 관통하는 피는 응고되어 더 이상 어느 쪽으로도 흐를 수 없는 것 같다.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서로를 빛으로 비추는 두 사람의 모습이 과연 처연해서 한참 동안 머문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조영은
연출의도
나는 사회가 ‘모녀’와 ‘모성’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 속에 여성들을 가둬두고, 그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오로지 여성들만이 감당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모성’에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많은 역할을 부여하고,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괴물인 양 손가락질한다. 나는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성들을 카메라에 담고, 관객들이 그 외연을 바라봐주길 바라면서 영화를 쓰고 찍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이 전부 옳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옳고 그름의 판단 단두대에 그들을 세우는 대신,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