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공장에서 30년 일해온 ‘재춘’은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는다.
앞에 나서기를 싫어했던 그는 연극 무대에 서고, 일인 시위도 하게 된다.
두 딸의 아버지인 그는 자신의 삶을 박살낸 사장의 사과를 받고
가족과의 시간을 되찾고 싶다.
몇 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투쟁이 10년을 넘어가고
투쟁을 그만둘 수도, 계속하기도 힘들던 무렵 재춘은 또다시 새로운 것을 감행한다.
Review 농성장에서 ‘재춘언니’라고 불린 임재춘은 명망 높은 기타 회사 콜트콜텍의 해고 노동자다. 미래의 경영위기에 대처한다며 갑작스럽게 정리해고를 당한 임재춘을 포함한 노동자들은 무려 13년 동안 부당한 해고를 감행한 회사를 향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회사는 변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모른 척했지만 노동자들은 날마다 자신을 깨면서 새로워졌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고 서로의 밥을 챙기고 연극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발화하고 주변 사람들을 챙겼다. 무용해보이는 것들은 무엇보다도 삶을 살아가게 하는 강력한 의지가 된다. 차라투스트라, 아니 임재춘은 이렇게 말했다. 나의 의지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라고
*관객기자단[인디즈]_김소정
연출의도
노동운동의 대의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개인의 갈등과 변화를 표현하고자 했다. 공장과 집만을 오가는 노동자로 살아가던 중년 남성이 해고 이후 예상치 못한 시간을 보내며 다른 배치에 놓였을 때 엿보였던 다른 삶. 한국 최장기 투쟁사업장으로 알려진 콜텍 해고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의 배후를 돌아보고 싶었다. 특이하게도 대전 콜텍 공장에서 일했던 기타 노동자들은 그 어느 곳보다도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연대를 이끌어냈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관습적인 투쟁에 머물지 않고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활동을 창안했다. 어긋난 시간은 바로 그 균열의 지점에서 다른 삶의 가능성으로 충만한 시간이 된다. 단지 피해자의 분노와 억울함에 머물며 고착된 삶이 아닌, 다른 언어를 새롭게 배우고 다른 관계를 맺으며 자기를 넘어서야 했던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