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사라질 그곳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봉명주공을 찾아오기 시작한다”
1980년대에 지어진 청주 봉명동의 1세대 주공아파트, '봉명주공’
철마다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나무들,
놀이터에서 쉬어가는 새들과 골목을 지키는 길 고양이들,
곳곳에 울려 퍼지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
떠나가는 거주민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봉명주공에서의 추억을 남긴다
우리가 남기고 가는 것은 무엇인가요?
Review 충북 청주 봉명동에는 ‘봉명주공’이 있다. 1980년대에 지어진 1세대 주공아파트다. 삼정맨션이라는 이름으로 거주민들이 입주할 때만 해도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로 가득했을 단지이지만, 지금은 재개발로 인해 떠나가는 이들만이 남았다. 떠나면 필연적으로 달라질 텐데, 계절마다 바뀌는 나무의 색과 놀이터 시소에 앉아있는 새들, 골목을 유유히 거니는 고양이들은 여전히 그대로다. 떠나는 와중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들 때문에 마음은 괜스레 쓸쓸하다. <봉명주공>에는 사라질 것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주공아파트 ‘봉명주공’과 그 단지에 사는 사람들, 동물들, 그리고 식물들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로, 김기성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안민정
연출의도
봉명주공아파트는 다른 아파트단지와는 다르게 1층과 2층의 저층 연립주택 건물들이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되는 곳이다. 건물보다 높게 솟아있는 조경수와 거주민들이 심어놓은 다양한 종류의 꽃과 과일나무들, 그리고 울타리 없이 이웃 간 소통하며 지내던 공동체적 생활상은 아파트단지라기 보다는 하나의 작은 마을형태에 가까운 곳이었다.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는 사람들의 애써 담담한 태도를 울창하게 자라있던 꽃과 나무들의 마지막과 느슨하게 엮어 담아내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