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5년차, 천막농성 1882일째
재복은 노조가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자 열흘 간 집으로 휴가를 떠나온다.
오랜만에 가족들도 챙기고 아르바이트로 돈도 벌며
잊고 있던 워킹&쿠킹 홀리데이로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한다.
휴가의 끝이 보일 즈음 재복의 두 딸은,
아빠가 농성장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라는데...
Review 어느덧 해고당한 지 5년이 된 해고 노동자 재복은 얼마 전 해고 무효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1,882일째 농성을 이어온 재복이 대법원의 판결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휴가다. 일단 좀 쉬면 안 될까?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재복은 청소도 하고 가족들도 챙기며 미뤄두었던 현실을 살아낸다. 하지만 딸들은 그런 아빠의 모습을 반기지 않고, 재복은 또다시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선다.
삶이 더 좋아지는 데에는 편법이 없다. 오늘의 평안함은 필연적으로 투쟁의 결과다. 타협하지도 지름길을 찾지도 않는 재복의 휴가는 참 오래 걸렸다. <휴가>는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하루를 그린 단편 <천막>을 발전시킨 영화다. <파마>, <천막>등의 단편에 이어 이란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2012년부터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닌 감독의 마음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안민정
연출의도
10년이 넘게 농성 중이던 한 해고노동자는 농성장을 세 번 나갔고 세 번 돌아왔다. 그에게 왜 돌아왔냐고 물었다. 왜 돌아왔는지 안다면 어떻게 10년 넘게 거리에서 싸울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일정이 있으니까’, ‘끝내야 되니까’ 라고 대답했다. 그는 늘 돌아와서 일정을 지켰고 정말 ‘끝’이라는 걸 냈다. 그가 농성 중에 농성장 밖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을지 집중해보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