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져 가는 기억을 붙잡으려는 인숙. 다른 이들의 기억 속을 헤매는 지연. 과거의 기억 속으로 던져진 경호. 서로의 기억 너머, 존재의 의미를 찾는 히치하이커들의 눈물겨운 사투가 시작된다!
Review <그대 너머에>는 매번 영화의 환상에 대한 탐구와 기술적 시도를 통해 우리에게 놀라운 경험을 안겨주는 박홍민 감독의 최근작이다. 영화를 만드는 경호(김권후)에게 인숙(오민애)의 딸 지연(윤혜리)이 찾아온다. 지연은 인숙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경호에게 알리며, 당신이 나의 아버지냐고 묻는다. 경호는 지연의 뒤를 따라가다 언젠가부터 미로 속을 맴돈다. 서울의 골목을 무대로 기억과 환상과 실재 사이를 오가는 세 명의 인물은 롱테이크 안에 담긴다. 인물 사이의 관계를 캐묻던 집요한 롱테이크는, 이내 이어낼 수 없는 시공간을 기어코 이어내는 환상의 롱테이크로 변한다. 그 변화가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세계 속 타인의 빈 자리를 영화 속에 새겨낸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서울의 골목에서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여정이 두렵고 때로는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