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그 새끼가 했는데, 나한테 가만히 있으란다
한강에 배 한 번 지나간 게 뭔 대수냐고 그란다
젊은 사람 발목 잡아 좋을 게 뭐가 있냔다
일평생 스스로를 챙겨본 적 없는 오복은
가족도 세상도 외면한 자신을 위해 처음 펄떡인다
“이 사람 저 사람 죄다 눈치보면 나는 언제 챙겨?”
세상을 향한 엄마 ‘오복’의 날갯짓이 시작된다
Review 집에서는 엄마로, 시장에서는 상인으로, 투쟁 현장에서는 투쟁노동자로 존재하는 오복(정애화)은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 적이 없다. 어느새 속만큼 문드러져 버린 표정을 짓고 있는 그에게는 친구도 가족도 믿을 존재가 못 된다. 시장 상인들과 술 한잔하던 어느 날 밤, 오복은 동료 상인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하지만 가족도, 믿었던 동료들도 힐난하는 것은 오복이다. 그러게 왜 술을 먹고 돌아다니냔다. 한강에 배 한 척 지나간 일이 뭐 그리 대수냔다. 오복은 태어나 처음으로 ‘나’를 위해 분노하기 시작한다.
<갈매기>는 단편영화 <혀>와 <혐오가족>을 연출한 김미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018년 5월 기획을 시작해, 2019년 8월 촬영을 마치고 2020년 3월까지 후반작업을 거쳤다. 세상에 나오기까지 만 2년이 걸린 이 이야기는 그 시간보다 길고 무겁게 다가와 마침내 관객의 숨통을 조인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안민정
연출의도
안톤 체홉의 갈매기를 좋아한다
비극과 희극이 버무려진 그 극 안에서
나는 다름 아닌 엄마를 보았다
나에게 엄마는 갈매기다
자유로운 두 날개를 가졌지만 육지 곁을 맴돌기만 하는
멀리 날아갈 기세로 부지런히 날갯짓을 해대지만
결국 다시 그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영화 [갈매기]는
육지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아내고 있는
갈매기 오복의 이야기이자
수많은 갈매기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 한국경쟁 대상(2020)
제57회 대만 금마장 영화제(2020)
제2회 강릉국제영화제(2020)
제15회 런던 한국영화제(2020)
제36회 바르샤바 국제영화제(2020)
제28회 함부르크 영화제(2020)
제68회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2020)
제31회 블랙무비 영화제(2021)
제9회 들꽃영화상 - 극영화 신인감독상, 여우주연상(2022)
제27회 춘사국제영화제(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