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종은 일할 곳을 잃었고, 예은은 연인을 잃었다.
끊임없이 길을 바꾸어 가는 영화라는 의미로 대림 미술관 구슬모아당구장에서 했던 전시 'DigressiveCinema’의 설치 영상 중 일부를 단편 포맷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실제 청년들의 일기 속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자유로운 카메라와 즉흥 연기를 통해 장면화시키고, 이에 다시 코멘터리를 덧붙이는 방법론을 통해 픽션으로 다시 탄생한 기록.
연출의도
누군가의 구체적인 삶이 일기라는 실체 없는 문장으로 추상화된다면, 영화란 그 문장들을 다시 실재하는 공간과 실재하는 시간 그리고 그 안의 인물들을 통해 손에 잡힐 듯 새로운 구체로 탄생시키는 일이다. 이 과정의 매혹, 그리고 도시 환경 안에서의 촬영이라는 방법론이 주제였던 전시의 일부로 영화가 탄생했다. 일기라는 기록은 두서없이 불쑥불쑥 끼어드는 단상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기록을 둘러싼 사람의 어떤 시기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기억을 품고 있다. 목적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딘가에 살았던 누군가가 보았던 장면들을 ‘구체의 감각’으로 모아 놓는 것만으로 이 세상에 진짜로 존재했던 시간의 감각들을 좀 더 생기 있는 세계로 구현하고 남길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이러한 작은 일상들이 픽션이라는 옷을 입으면서 만들어내는 진짜도 가짜도 아닌 장면들이 현재의 서울이라는 환경과 만나 남기는 여러 얼굴들이 또 하나의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