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지와 검지를 들어 집게손가락을 만든다. 익숙한 손짓으로 화면을 응시한다. 그 속내를 따라잡으려 기껏 고개 숙여 들여다보지만, 확대된 이미지는 모호한 픽셀로 뭉개진다. 과연 우리가 보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마주한 스크린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했을까.
영화 <벗어날 탈 脫>은 불일불이(不一不二)라는 불교적 세계관을 흡수하며 진입한다. 달라 보였던 두 개의 삶을 충돌시켜 혼합되는 과정을 실험하는 영화는 희미한 상태를 지향하며, 기이해진 시공간을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2인 1실>은 서울 소재의 대학이 아니면 실패자로 여겨지는 현 사회의 풍조에서 해방되지 못한 채, 지방으로 내려간 미성숙한 아이에 대한 내용이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자아는 어떻게 성숙하는지에 대해 관찰하는 영화는, 경계를 무수히 넘나들며 우리가 겪은 사투와 고민을 표면 위로 시각화한다. <가장 보통의 하루>는 세상의 끝이 점지된 오늘, 가장 솔직한 자신을 서로에게 선물하는 영화다. 무한한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도모하는 SF 장르에 대한 비범한 접근을 통해 인문학적 세계관을 세밀하게 설계한다. <멀고 가까운 곳>은 인간의 시각, 그 너머의 것들에 대한 추상을 이미지화했다. 영원 속에서 살아 숨 쉴 불특정한 ‘그것’들에 대한 변형과 나열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트랙_잉>은 작은 네모 프레임을 설계해서 그 속에서 탄생하는 모든 것들을 목격하고 포착한다. 우연에 기대어 만들어진 교집합이 어떻게 의미화되는지, 영화라는 매체 기제를 통해 인간이 세계를 살아가는 감각을 표상한다.
무궁한 우주를 반영하듯, 영화는 경계를 넘어 여러 겹의 레이어를 쌓아 산더미 같은 우리의 사유를 총재 한다. 즉, 영화는 한계의 농락을 환영한다.
*관객기자단[인디즈]_김예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