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속에는 폭력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이동하며 살아남고자 했던 여성들이 있다. 모든 경험과 기억은 몸을 경유하여 쌓인다. 어떤 시간은 지나가지 않고 몸의 틈새에 머무르다가 입을 통해 나온다. 바다를 건너고 땅을 이동한 여성들은 이 시간을 여러 언어를 경유하여 말한다. 말하기 위해, 들리기 위해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 경계를 넘어가고 새로운 방식의 말하기를 택하기도 한다.
<돌들이 말할 때까지>는 청춘의 시간에서 폭력의 현장을 겪은 제주 여성들의 방언으로 현재의 제주도 풍경에 당시의 기억을 불러온다. <조선인 여공의 노래>는 한국어와 일본어가 서로 엮이며 바다를 건너 일본에 도착한 여공들이 마주했던 시간을 재현한다. <내 어머니 이야기>는 1927년생 어머니의 고향 이야기를 시작으로 어머니의 어머니를 만나고 넘을 수 없던 땅의 경계를 넘어간다. <리본 윗 유>는 ‘언니’의 이야기에서 ‘나’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질서에서 탈출해 새로운 신화와 역사의 집을 짓고 함께 큰 숨을 쉬며 새롭게 태어나는 자리를 마련한다. <없는 산>은 낯선 언어를 통해 도깨비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그녀’를 찾는 여정을 따라가고, 여정의 끝에서 ‘그녀들’을 만난다.
역사적 사건이 기록된 몇 가지 단어나 문장에서 만날 수 없었던, 폭력의 세계 속에도 존재했던 연대와 사랑의 주체였던 여성들을 만난다. 이들의 기억이, 말하기가 우리에게 흘러 들어와 기억의 순환이 일어나기를. 그곳에 있었음을, 여기에 있음을 기억하기를.
*관객기자단[인디즈]_안소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