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 이전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고민하는 일이 일터에서 벌어진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의 감각은 절박한 선택지만을 남긴다. 살기 위해 향하는 일터가 우리를 위험에 처하도록 내버려두거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쓸모를 증명하고 싶고, 자신이 기능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싶어서 갉아 먹히는 듯한 느낌을 애써 외면한다. 세상에서 내 자리를 찾기 위해, 지키기 위해 애써 고개를 돌린 자리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더 나은 삶을 위해 죽음을 위장하는 <아침바다 갈매기는>의 용수의 선택은 삶의 터전에 균열을 낸다.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고 싶은 <바운더리>의 지선은 자신의 자리와 타인과의 연대 사이에서 고민한다. 할머니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파업이 아닌 당장 일하기를 선택하는 <벌레>의 하나는 그 선택에 점차 신체와 마음을 갉아 먹힌다. 노년에 다시 생활 전선에 뛰어든 <삼식이는 울지 않는다>의 종칠은 실적을 위해 양심을 저버리는 선택을 고민한다. 돈과 물질을 숭배하는 회사 사람들이 가득한 <완벽한 정산>에서는 여기에 섞이지 못하는 영숙이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사투이자 정산을 시작한다.
무조건 돈만이 더 나은 장소와 경험으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내려두고 싶을 때, 지금과 어떻게 다르게 살고 싶은지 질문하고 싶을 때. 외면하지 않고 마주한 자리에서 한껏 쪼그라든 세계가 남아 있는 상상과 가능성을 품고 다시 너르게 펼쳐질 순간을 꿈꾼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안소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