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이라고 믿었던 어떤 선택은 한 사람을 상처 내고, 흠집 내며 가끔은 뭉개고 여러 갈래로 찢는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일들은 미처 숨기지 못한 당혹감과 무방비한 마음들을 그저 무심히 훑고 지나간다. 그것들이 지나간 자리엔 크고 작은 상흔 혹은 원래 존재의 무참히 조각난 형상들이 남는다. 흉터를 바라보며, 떨어져 나간 신체의 일부를 바라보며, 시간에 내어준 옆자리의 공백을 바라보며. 그러나 복구할 수 없을 것 같은 잔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만 한다. 뼈아픈 고통을 겪고도 남겨진 선택지들이 그 자체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탈락의 역사로 새로 자라나는 반복의 과정 속에서 삶은 이미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인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해체되고 분해된 그 낱낱의 조각들일 수도 있다. 미완의 인간은 죽음이라는 완성에 이르기까지 한 갈래로 천천히 소멸하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의 궤적은 멀리서 지켜봤을 때 수렴하는 형태가 아니라 결국엔 퍼져나가는 방사형, 분산형일 수도 있겠다. 천천히 해체되고 분해되는 인간의 역사가 땅에 닿는 순간, 어떤 역사는 소멸하는 순간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관객기자단[인디즈]_김윤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