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허벅지에 알 수 없는 멍들이 생깁니다. 이곳저곳 다니다 모서리에 찍힌 탓이겠죠. 눈치채지 못한 사이 생긴 멍처럼, 날카로운지도 몰랐던 마음이 모르는 새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그럴때면 가만히 각진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이야기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앉아서, 우리는 둥글어질 수 있을까요?
'모서리에서 만난 우리' 큐레이션에서는 모서리에서 만나 대화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방>은 가정 안에서 엄마가 자신만의 방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지구 종말 vs 사랑> 속 두 인물은 사랑으로 시작해 기후 위기로 인한 종말에 대한 의견까지 나누게 됩니다. <내 귀가 되어줘>에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고, <장기자랑>은 관심사와 고민이 서로 다른 두 아이가 끝내 서로를 조금은 이해하게 됩니다. 엉뚱하고 유연한 상상력을 가진 <맞담>은 소통을 새로운 방식으로 상상해보게 합니다.
이 다섯 작품은 타인을 이해해보려는 각자의 노력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다름에 대해 고민하며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다른 이들도 하고 있을 거라 믿으며, 서로의 말을 듣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길 바랍니다.
*관객기자단[인디즈]_김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