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중심 사건을 관통하는 인물들의 몸짓은 제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어를 선행하는 몸짓들이 상대에게 닿거나 닿지 못하기를 반복하는 동안에 부지런히 흐르는 사건과 시간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로요. 몸이 알고 먼저 열어 둔 세계가 있다면, 인물들의 몸짓은 시간과 사건을 추동할 수 있는 열쇠가 아니었을까요?
<다섯 번째 흉추>에서는 사랑과 고통으로 펄떡이던 몸짓들이 탄생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호캉스>에서는 과장된 목소리와 웃음을 외면하고서 빠르게 발을 구르는 세영이 등장합니다. <소녀탐정 양수린>의 수린이는 살금살금 몸을 숙인 채 걸어다니거나 얼굴을 돋보기에 가까이 하며 비밀에 다가섭니다. <소진된 인간> 속 네 명의 군인 인형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같은 보폭으로 계산된 듯 걷는 걸음걸이를 통해 ‘소진된 인간’의 붕괴를 암시합니다. 앉았다 일어서고, 손가락을 벌렸다 닫으며 오컬트 의식을 행하는 서클원들을 좇는 <나니까 미에루!>는 오락에 눈 먼 이들에게 새빨간 경고를 전합니다.
‘몸짓이 알고 있는 사실은...’ 속 다섯 작품을 만나게 될 여러분 각자의 몸짓 또한 기대하며, 우리 함께 서로의 열쇠를 탐구해 본다면 재미있겠습니다.
*관객기자단[인디즈]_박이빈